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유럽 재정위기가 역내 은행들의 장부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IMF 분석보고서가 나오자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존 정부들이 발끈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MF의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 초안에 포함된 문제의 보고서는 피구제국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6개국 국채의 시장 가치를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을 통해 평가했다. CDS 프리미엄은 해당 국채의 부도 위험을 반영한다.
시가평가 결과, 유럽 은행권이 보유한 6개국 국채로 인한 잠재적 손실액이 2000억 유로(2870억 달러)로 전체 자본의 10~12%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IMF는 유럽 은행들 사이에 얽혀있는 투자 관계를 감안하면 연쇄효과로 인해 손실 규모가 두 배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CB와 유로존 정부들은 IMF의 분석 내용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전날 FT에 "IMF는 잠재적인 손실만 따졌지, 유럽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독일 국채(분트)는 감안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분트 가격이 랠리를 펼치고 있는 만큼 재정위기국 국채로 인한 손실을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IMF는 편견에 휩싸여 논쟁이 일 때마나 나쁜 쪽으로만 기운다"며 IMF가 2009년 10월 발표한 GFSR을 거론하며 "이번이 벌써 두번째"라고 덧붙였다. IMF는 당시 보고서에서 유로존 은행들은 금융위기로 인한 잠재 손실액 8140억 달러 가운데 3470억 달러밖에 감가상각할 수 없을 것으로 추산했다가, 이후 잠재 손실액 규모를 4분의 1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살가도는 유럽 은행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 결과만 봐도 IMF 분석의 취약성을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관적인 전망에 비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는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이다.
올해 GFSR 최종본은 오는 23~25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 연례총회 전에 나온다. 이후 실무진의 검토와 논의를 거쳐 추가 수정이 이뤄진다. 전날 워싱턴에서 공개된 초안에 대해 유로존이 반발하자, IMF는 유럽 은행들이 자본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지난 주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한 연례 심포지엄에서 유럽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며,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고 경고해 유로존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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