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금융위기에 따른 농촌 경제 피폐와 전산장애로 고객들의 불편이 커진 것엔 아랑곳 않고 치적 홍보를 위해 돈을 물쓰듯 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농협이 내년 3월 구조개편을 앞두고 정부에 6조원을 지원해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도덕성 해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송훈석 민주당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창립 50주년 기념사업 예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33억원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창립 기념행사비로 18억2500만원 △행사 당일 참석자의 차량비와 식비 등으로 약 15억원을 지출하는 등 총 33억2천500만원 이상의 돈을 썼다.
농협은 지난 6일 상암동월드컵경기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비롯해 전국에서 4만여명의 농업인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로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전국 회원조합 및 농업인이 자율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으나 농협중앙회는 참석자들이 타고온 버스 861대 비용은 물론 참석자 1인당 2만~3만7000원의 식비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에서만 전체 참석대상자의 13% 가량인 5200명이 참석해 '전국 농업인 잔치'라는 행사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고 송 의원측은 지적했다.
송 의원은 “당초 농협은 창립 50주년 기념사업 행사비로 실제 집행액의 2배가 넘는 68억원의 지출계획을 세웠다가 외부비판을 의식해 행사를 그나마 축소해서 치렀다”면서 “행사기간도 당초엔 3일로 계획했다가 하루로 축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중앙회가 창립 50주년 행사에 이처럼 거액을 투입한 것은 구제역, 태풍 및 집중호우로 인한 막대한 피해, 자유무역협정(FTA)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과 농업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농협중앙회가 지난 4월 금융전산망 마비사태로 고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고, 농협구조개편을 이유로 정부에 부족자본금 6조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적절치 못한 예산집행이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오는 12월 치러질 예정임을 상기시키며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현 집행부의 선거운동 차원에서 치러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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