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드뷔시의 음악을 듣고 알루미늄판에 매니큐어로 작업한 '드뷔시의 달빛' 120*90 cm |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리는 스님이 있다. 사찰음식연구가로도 유명하다. 그가 서울 인사동에 연 '산촌' 식당은 정갈하고 전통적인 한국 사찰음식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까지 유명세를 얻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음식 식당으로 뉴욕타임즈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1961년 범어사로 출가한후 사찰음식 연구에 몰두해온 정산 김연식 스님이다. 사찰음식과 매니큐어는 좀처럼 연관성이 없어보이고 더욱이 스님이 매니큐어라니, 더군다나 정산스님은 비구니가 아니어서 더욱 놀랍다.
하지만 이젠 정산스님보다 작가 김연식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매니큐어 작가' 브랜드까지 얻었다.
특히 지난 1월, 60여년 전통의 프랑스 샤랑통시의 살롱전에 특별 초대되어 개인전을 가진 한편,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다국적의 150여명 참여작가 중에 샤랑통시 시장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작품세계는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파리 샤랑통시 전시에선 "김연식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들을 다양한 색채와, 대담한 형태와 빛을 이용하여,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명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어떤 작품들은 하나의 꽃이 그래픽적인 기호로 하나의 색을 간직한 형태로 변하면서 모네의 연꽃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매니큐어로 그린 작품 '드뷔시의 달빛'120*90cm |
작가가 작업을 시작한 지는 20여년이 넘었다. 회화 조각 설치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다 5년전부터 붓과 물감대신 여성의 전유물인 매니큐어로만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어느날 한 여성이 손톱에 칠한 매니큐어를 보고 아름다운 색감에 매료됐다"면서 "매니큐어를 보며 화려함속에 숨겨진 무(無)와 공(空)사상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매니큐어는 현대 기술로 가장 완벽한 보존력을 지닌 물감 재료이라는 것.
그는 매니큐어만 이용해 “일상 소재를 통한 깨달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조+명상’이란 개인전의 일관된 주제를 관객과 소통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 판단됩니다.(매니큐어=화려함 속에 숨겨진 無와 空사상)
이후 그는 600여종의 각양각색의 매니큐어를 이용해 만든 작품을 2007년 12월 개인전에서 선보이면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독특한 매니큐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오는 10월 5일부터 서울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샤랑통시 살롱전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 중에 15점과,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달빛'이라는 곡을 해석해 새롭게 제작한 신작 10여 점을 함께 선보인다.
'드뷔시의 달빛'전을 타이틀로 여는 이번 전시에는 가로 10m, 세로 2.7m에 이르는 대형 회화와 ‘무(無)’ ‘유(有)’ ‘공(空)’ ‘색(色)’을 표현한 입체,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출품된다.
성냥갑과 타일을 결합한 대형 작품은 마치 달빛의 은은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해 압도적이다.
작가 김연식은 "드뷔시는 고도로 독창적인 화성 체계와 구조로 당대의 인상주의 미술과 상징주의 문학이념을 창의적인 음악으로 표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번 작품들은 매니큐어라는 특별하고 일관된 재료만을 사용해 드뷔시의 음악으로 삼라만상의 온갖 번뇌를 미니멀한 성냥갑 큐브로 상징화 시켜 정서적 치유의 면모까지 보여주려 시도했다"고 밝혔다.
정산스님, 작가 김연식은 현재 동산불교대학 사찰음식문화학과 학과장으로 재직중이다. 전시는 12일까지.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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