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투자중개업자 A씨는 "상당수 코스닥업체 대주주는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증권계좌와 함께 비밀번호를 담보로 넘긴다"며 "대주주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사채업자들은 담보로 제공된 지분을 롤링팀에 넘겨 주가를 조작해 차익을 얻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수년 동안 해외 펀드와 코스닥 상장사 간 주식담보대출 중개업무를 맡았다. 그는 자신에게 투자자문을 맡긴 코스닥업체만 200여개에 달한다고 전했다.
A씨는 "코스닥 중소형사는 정상적인 경로로 주식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채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경우 대출이자는 법정이자율 최고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대출이자가 상당히 높은 탓에 제때 돈을 갚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담보 설정된 지분이 발행주식대비 1% 이상인 경우 '주식대량보유보고서'를 통해 알릴 의무가 있다. 그러나 담보비율이 높고 채권자가 사채업자인 탓에 이런 내용을 공시하는 대주주는 극소수라고 A씨는 주장했다. 공시누락시 금융당국 처벌이 미미한 부분도 이 같은 사례를 촉발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더 큰 문제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대주주가 돈을 갚지 못하면 해당 지분이 작전에 동원되는 점이다. A씨는 "사채업자로 소유권이 넘어온 지분은 롤링팀에 넘어가 주가조작에 활용된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롤링팀은 수백명에서 수만명으로 이뤄진 주가조작팀으로 사채업자가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롤링팀원들은 수개월에 걸쳐 주식을 사고팔아 주가를 올린다. 각종 재료와 주가급등에 현혹된 개인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지분을 사들인다. 주가가 목표치에 이르면 롤링팀은 지분을 팔아 차익을 남긴다. 갑작스런 폭락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돌아온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실제로 롤링팀에서 '작업'이 들어간 코스닥 B사는 연초 3만원선이던 주가가 3달도 안 돼 1만원선으로 수직하락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아직까지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채업자는 롤링팀을 통해 작전을 진행하는 동시에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지분을 넘길 상대방을 찾는다. 가격이 폭락한 지분을 팔아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A씨는 이런 행위는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탓에 금융당국에서 적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사채업자가 운영하는 롤링팀의 경우 조직원이 3만명에 달했다"며 "이 사채업자는 금융당국에서 절대 롤링팀의 시세조작행위를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전했다.
A씨는 "금융당국에서 불시에 대주주를 찾아가 지분 보유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 이상 이런 사례는 드러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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