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고, 가슴 뛰는 일을 하세요. 컬링 경기 선수들이 수많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 스톤을 자유자재로 다루듯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일도 끊임없이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순간이 올 거에요."
청소년 소설 '그냥, 컬링'으로 제5회 블루픽션상을 받은 최상희(39) 씨는 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냥, 컬링'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고등학교 1학년 을하가 동계 스포츠인 컬링을 통해 자기 벽을 허물고 서서히 변화해간다는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집에서는 '제2의 김연아'로 불리는 피겨 유망주인 여동생에게 치이고, 학교에서도 관심을 못 받는 주인공 을화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자기 안에 벽을 쌓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컬링부에 들어가게 되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자기 벽을 허물고 서서히 변화해갑니다."
책의 소재가 독특하다.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은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 위에 그려진 표적판(하우스)에 약 20㎏ 무게의 스톤(돌덩이)을 누가 더 가깝게 붙이느냐를 겨루는 경기다.
저자도 지난 동계올림픽 때 컬링 경기를 처음 알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동계올림픽 때 TV 중계를 보고 컬링을 처음 알게 됐다"면서 "TV 중계도 새벽 2-3시에 해주는 비인기 종목인데 선수들이 시종일관 (바닥을) 쓸고 닦는 모습이 올림픽 종목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웃겼고, '도대체 저런 경기를 왜 할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자는 "그런데 실제 컬링동호회에 가입해 멍들고 넘어지면서 직접 해보니 의외로 매력이 있었다"면서 "4명이 한 팀을 이뤄서 하는 경기인데 한 명이 잘한다고 해서 득점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4명이 화합해야 하는데 (소설 주인공인) 4명의 소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컬링 경기를 보면 스톤이 직선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직선으로 가면 안 됩니다. '컬(Curl)'을 줘야 상대팀의 스톤을 쳐낼 수 있고 득점을 올릴 수 있습니다. 많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만 컬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데 쓸모없는 일이라도 끊임없이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누구와도 가까워지길 원치 않던 주인공이 컬링을 배우면서 친구들을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는 등 변화되는 순간이 오는데 컬링 경기에서 스톤이 지지부진하게 돌다가 휙 도는 순간과 닮았어요."
책 제목의 '그냥'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보통 청소년들에게 질문하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대답이 '그냥'이에요. 주인공도 처음에는 '컬링을 해서 대학에 가는 것도 아닌데 이따위 걸 왜 하는 거야'라고 생각을 하지만 직접 부딪쳐 보고는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구나, 그냥 좋고, 그냥 가슴이 뛰니깐 할 수밖에 없는 일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좋아서, 그냥 가슴이 뛰어서 할 수 있는 일이 한가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 제목을 '그냥'이라고 붙여 봤습니다."
우먼센스, 여성조선 등에서 10여 년간 잡지사 기자로 일한 저자는 "기자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한 게 글 쓰는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가 되려고 잡지사를 그만두고 연고도 없는 제주도로 내려간 저자는 부업으로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면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놀랐는데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재밌는 책을 쓰고 싶었다"면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청소년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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