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끌던 그리스 정부는 결국 자력으로 재정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야당에 손을 내밀며 연정 구성으로 귀결됐다.
파판드레우 총리 개인도 정치적 판단 착오에 기반을 둔 무모한 도박으로 끝내 불명예 퇴진하는 비운의 정치인이 되고 말았다.
또 다른 위기 국가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정부도 그리스의 운명을 뒤따를 조짐이 역력하다.
8일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집권 자유국민당(PdL) 소속 의원 3명이 최근 잇따라 탈당한데다 연정 핵심 파트너인 북부연맹과의 균열이 커지고 있어 배를루스코니 정부의 재집권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이뤄질 2010년 예산지출 승인안에 관한 의회 표결에서 집권 연정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베를루스코니는 끝내 총리직을 사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유로존 부채국인 스페인의 정치권도 태풍의 눈 한 가운데 들어와 있다. 당장 오는 20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여당의 완패가 예상된다는 게 외신들의 전언이다.
이번 스페인 총선에서 중도 우파 야당인 국민당이 총 350석 가운데 안정적인 과반수인 190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 역시 지난 2월 총선에서 집권 공화당이 14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슬로바키아 총선에서도 중도좌파인 스메르 주도의 연립정부가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불만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초했다.
유로존 구제의 키를 함께 잡은 프랑스와 독일 정부 역시 이대로 가다가는 재집권은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제1야당인 사회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가 유로존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미 여유 있게 지지율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총선이 2013년으로 예정돼 있어 사르코지 대통령보다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앞날에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다. 올들어 7번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것이 그녀와 연정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반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년여 동안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질질 끌어온 데 대해 각국 유권자들은 충분히 지쳐 있다"면서 "기성 정치인들의 무기력이 유로존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