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최근 '소프트웨어 직군'을 따로 신설하고 채용방식을 변경하는 등 공격적인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에 나섰다.
"소프트 기술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지시에 따른 것이다.
특히 삼성은 올 하반기 공채에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직을 따로 선발했다. 또 소프트웨어 분야의 신입사원을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뽑는 획기적인 전형(Future Creator Challenge)을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곧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모토 아래 연말까지 70여명의 '소프트웨어 아키텍트(Software Architect)'를 배출할 계획이다.
또 LG전자 임원들이 직접 국내 11개 주요 대학에서 특강을 진행하며 우수 인재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대기업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력 강화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대와 혁신 속에 대거 채용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역량을 강화하느냐 하는 것 역시 각 기업이 안고 갈 숙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이 부진했던 이유는 '소프트웨어 직군=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특히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군의 성격상 형식과 관리·간섭에 얽매이는 조직문화 역시 역량 발휘를 저해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안정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위험 회피' 분위기 속에서 기 한 번 제대로 못펴고 주어진 일에 몰두해야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패를 미리 경험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신속한 실패(Fast Failure)'의 가치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혁신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형식과 관리에 얽매인 지금의 '위험 회피' 문화 속에서는 창의적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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