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첫날 11번홀에서 무단히 코스를 벗어나는 존 데일리.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타이거 우즈(36·미국)가 출전해 주목받고 있는 ‘에미리츠 호주오픈’에서 존 데일리(45·미국)가 구설수에 올랐다. 10일 열린 1라운드 경기도중 기권하고 코스를 벗어나버렸기 때문이다.
데일리는 이날 호주 시드니의 더 레이크스GC에서 헌터 메이헌(미국), 크레이그 패리(호주)와 1라운드를 하던 중 11번홀에서 경기포기를 선언하고 호텔로 돌아가버렸다. ‘말썽꾼’의 이미지에 또한번 먹칠을 한,프로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데일리는 이날 11번홀에서 볼을 일곱 차례나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후 동반자에게 “볼이 없어서 기권한다”며 가버렸다. 표면적 이유는 일곱 차례의 워터해저드 행, 그리고 볼이 떨어진 것이었으나 실질적 이유는 그 전홀에서 나왔다.
9번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중간합계 4오버파가 된 데일리는 10번홀(파4·길이343야드)에서 더 열을 받고 말았다. ‘장타자’인 그가 친 드라이버샷이 그린을 향해 날아가는듯 하더니 그린앞 벙커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레인지의 연습볼은 ‘스릭슨’이었고, 데일리는 그 브랜드의 볼을 썼다.
데일리는 벙커에서 ‘스릭슨’ 브랜드만 확인하고 벙커샷을 했다. 볼은 홀옆 1.2m지점에 잘 올라갔다. 그러나 볼을 집어 캐디에게 건네려다 보니 그 볼은 자신의 볼이 아니고 레인지용 볼이었다. 데일리는 나중에 "왜 레인지 볼이 그 곳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데일리는 ‘오구’(誤球)를 친 것이다. 2008년 개정된 골프규칙(15-3b)에서는 벙커에서도 오구를 치면 2벌타가 따른다. 데일리에게 2벌타가 부과됐음은 물론이다. 데일리는 다시 벙커로 가 자신의 볼로 벙커샷을 했지만 수m 거리에서 3퍼트를 하고 말았다. 4온3퍼트로 트리블 보기. 오구를 칠 경우 그 스트로크는 타수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2벌타만 받는다. 단, 정구(正球)로 다시 쳐서 홀아웃해야 한다.
10번홀까지 중간합계 7오버파가 되자 데일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11번홀은 길이 577야드의 파5홀. 드라이버샷이 러프에 빠졌으나 그린을 노릴만 했다. 그린앞에는 워터해저드가 있었다. 7번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린 샷이 물에 빠졌다. 이 때부터 데일리의 고집스런 샷이 계속됐다. 볼이 물에 빠질 때마다 데일리는 캐디에게 손을 뻗었다. ‘볼을 달라’는 의미였다. 안 봐도 눈에 선하다. 그러기를 무려 일곱번. 볼을 일곱개나 물에 빠뜨렸다는 얘기다.
데일리가 16타째(드라이버샷-2타-4타-6타-8타-10타-12타-14타)를 치려고 하니 볼이 없었다. 데일리는 미련없이 동반자에게 “볼이 없다. 나 가련다”고 말하고 여자친구 아들(7세)과 함께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버렸다. 주차장까지 가는 도중에 사진기자가 따라붙어 그의 여자친구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데일리의 성격 탓도 있지만, 볼을 일곱 차례나 물에 빠뜨린 것에 대해 ‘고의’여부도 논란이 됐다. 외신에서는 데일리가 샷을 한 지점에서 홀까지 230야드정도로 보도했다. 그 거리에서 7번아이언을 들었다. 데일리이니까 가능한 얘기일 수도 있다.그러나 일곱개의 볼 가운데는 연못 한 가운데에 빠진 것도 있고 터무니없이 오른쪽으로 간 것도 있었다고 한다. 데일리가 경기 포기를 생각하고 대충 쳤다는 얘기다.
라운드 중 볼이 떨어지면 동반자나 갤러리한테 빌릴 수 있다. 물론 무벌타다. 2009년 5월 레이크사이드CC 동코스에서 열린 힐스테이트 서울경제오픈 1라운드 때 김하늘이 16번홀에서 볼이 떨어지자 갤러리한테 동일 상표, 동일 형의 볼을 빌려 홀아웃한 적이 있다. 데일리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동반자에게 스릭슨 볼이 없었다면, 주최측에 얘기하면 그 정도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데일리의 행동에 대해 동반자 패리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비난을 쏟아낸다. 호주PGA투어 관계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호주PGA투어에서는 데일리에게 2주후 열리는 호주PGA챔피언십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데일리는 2년 전 이 대회에서 갤러리의 카메라를 부순 전력이 있다.
데일리가 경기 도중 코스를 벗어나거나 말썽을 일으킨 것은 수 차례다. 그는 미국PGA투어 소니오픈 때도 이번 대회처럼 무단히 코스를 벗어나 미국PGA투어로부터 ‘4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9월 내션와이드투어 밀란클래식에서는 5개홀에서 6오버파를 치자 부상을 이유로 스스로 기권해버렸다. 그 20일 후 유러피언투어 오스트리안오픈에서는 드롭과 관련해 경기위원이 2벌타를 내리자 클럽을 연못에 던져버린 후 다음 홀에서 가버렸다.
데일리는 1998년 베이힐 인비테이셔널 최종일 18번홀(파5)에서 3번우드샷을 여섯 차례나 물에 빠뜨린 끝에 18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그날 스코어는 85타였다.
메이저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고 300야드를 넘게 치는 데일리는 이래저래 화제를 몰고다닌다. 그가 우승을 하지 않는 이상, 이처럼 매스컴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대회 주최측도 데일리의 그런 ‘말썽 소지’를 알면서도 ‘상품성’을 보고 초청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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