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꿈이 실현됐어요. 아직 실감나지 않지만 이 우승이 제 인생과 미래를 바꿔놓을 것같아요.”
지난 4년간 95개 대회에 출전하고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박희영(24·하나금융그룹)이 96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뒤 한 말이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다 나왔고, 우승상금이 50만달러(약 5억7000만원)나 되니 그럴만도 하다.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앞으로 2승,3승의 발판이 될 듯하다.
박희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러스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총상금 150만달러)에서 4라운드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산드라 갈(독일)과 폴라 크리머(미국)를 2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2008년 미LPGA투어에 진출한 박희영은 미국 무대에서 첫 우승으로 2011시즌 피날레를 장식했다. 우승상금은 올 시즌 내내 그가 벌었던 35만1781달러보다 많다. 상금랭킹도 지난주 32위에서 12위로 뛰어올랐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23개 미LPGA투어 대회 가운데 유소연(US여자오픈), 최나연(사임 다비 LPGA말레이시아)을 포함해 3승을 합작했다. 미LPGA투어에서 한국(계)선수 통산 100승을 달성한 선수가 최나연(24·SK텔레콤)이라면, 200승으로 가는 첫 걸음은 박희영이 뗐다.
박희영은 최종일 4번홀(파3)에서 보기를 기록했으나 5,6,8번홀에서 버디로 만회한 후 경쟁자 갈을 제쳤다. 박희영은 “오늘 핀 위치가 어려워 그린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며 “서 너 홀이 남기고 부담이 컸지만 18번홀에서도 ‘첫 홀이라고 생각하자’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11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박희영은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았다. 한영외고에 다닐 때인 2003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를 지냈고, 2004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하이트컵에서 우승한 뒤 2005년 프로로 전향했다. 2005년 9월 파브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오른 박희영은 최나연을 제치고 KLPGA투어 신인왕을 수상했다. 여동생 박주영(21)도 프로골퍼다.
그는 2005년 국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좋은 스윙폼을 지닌 선수’로 뽑힐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다. 국내에서 통산 6승을 거둔 박희영은 2007년 미L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3위)를 거쳐 그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1년 후배인 최나연 신지애 등이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지만 박희영은 2009년 시즌상금 66만6305달러로 상금랭킹 20위에 오른 것이 최고성적이었다. 이 대회 전까지 출전한 95차례 미LPGA투어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은 2위(2009년 혼다 LPGA타일랜드,미즈노클래식)였다. 지난 8월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는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해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3라운드 후 “우승에 목마르다”고 했던 박희영은 시즌 마감 대회에서 우승 갈증을 풀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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