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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SGA 홈페이지]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60㎝거리의 퍼트와 55㎝거리의 퍼트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단 5㎝이지만,이는 투어프로들에게도 1타이상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들에게 1타는 수입억원이 왔다갔다하는 타수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마스터스 연장전에서 앤서니 김은 90㎝거리의 파퍼트를 놓쳤고, 로리 매킬로이는 60㎝거리의 파퍼트를 넣어 희비가 갈렸다. 두 선수의 상금차이는 무려 125만달러(약 14억원)였다.
그래서 그럴까. 내로라하는 투어프로들도 퍼트 거리를 조금이라도 가깝게 하기 위해 양심을 속이고, 동반자들 눈을 속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골프전문 인터넷사이트 골프닷컴(www.golf.com)은 골프월간 골프매거진 1월호에 실릴 내용을 인용해 4일 이같이 보도했다. 골프매거진은 이에 앞서 50명의 미국PGA 투어캐디들에게 익명을 전제로 게임과 사생활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프로골퍼들이 경기도중 속임수(부정행위)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54%(27명)가 ‘봤다’고 대답했다. ‘못봤다’는 대답(44%)보다 많았다. 2%는 ‘노 코멘트’였다.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이고 요즘엔 웬만한 장면은 TV카메라에 찍히는데도 투어프로 두 명 중 한 명은 알게모르게 골프규칙을 위반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캐디가 첨부한 사례가 재미있다. 그는 “어떤 선수는 볼이 러프에 빠졌을 때 3번우드를 꺼내 볼 뒤를 치기 좋게 다져놓은 후 9번아이언으로 클럽을 바꿔서 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규칙위반은 그린에서도 벌어진다. ‘양심 불량’ 아마추어골퍼들이 하는 ‘동전 치기’(마크하고 리플레이스하는 과정에서 볼을 실제보다 홀쪽으로 가깝게 놓는 일)를 일부 선수들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캐디는 특정 선수를 거명하며 “그 선수는 볼을 마크하고 나중에 칠 때 보면 2인치정도 거리가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마크하기 전 볼∼홀의 거리가 23인치(약 58.4㎝)였는데 실제 스트로크할 때에는 21인치(약 53.3㎝)가 돼 있다는 것. 그 캐디는 “약 5㎝가 가까워졌지만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캐디들은 그밖에도 “딱히 규칙 위반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규칙을 적용하는 일은 흔하다”고 덧붙였다.
미PGA 투어캐디 가운데 78%는 “연 수입이 10만달러(약 1억1280만원)을 넘는다”고 대답했다. 한 캐디는 “루키인 선수의 백을 멨는데 한햇동안 18만6000달러를 번 적도 있다”고 했고 다른 캐디는 “3주동안 우승을 하지 않고도 10만달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12년간 타이거 우즈의 백을 메었던 스티브 스트리커는 2006년 한 해 11억원을 번 것으로 보도됐다. 캐디들 대부분(44%)은 자신들의 보수가 일에 상응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투어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수와 캐디로는 필 미켈슨-짐 본스 매케이(46%)를 들었다. 매케이는 1992년부터 20년째 미켈슨의 백을 메고 있는 명캐디다. 투어가 개최되는 골프장 가운데 그린읽기가 가장 어려운 곳은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14%)가 꼽혔고, 그 다음은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가 열리는 하와이의 카팔루아CC 등 네 곳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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