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시즌 골프규칙 위반 사례…“프로들도 인간이었다”

유소연 잦은 벌타로 US오픈 타이틀에 ‘먹칠’…어드레스후 볼 움직여 손배 본 심슨은 규칙개정 이끌어

[사진=미국 골프다이제스트]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프로골퍼들은 골프규칙에도 능통할까? 꼭 그렇지 않다. 몰라서,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규칙을 위반하기도 한다.

올해 열린 골프대회에서도 규칙위반 사례가 많았다. 특정홀 스코어를 실제보다 낮게(좋게) 적어내 실격당한 케이스는 박세리, 앤서니 김 등 수두룩하다. 티오프시각에 늦어 벌타를 받거나 실격당한 케이스도 더스틴 존슨, 이정민, 브랜트 스네데커 등 열거하기도 힘들다. 유러피언투어에서는 로컬룰을 숙지하지 않은 네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실격당했고, 이안 폴터도 로컬룰을 까먹어 벌타를 받았다. 올해 주요 규칙위반 사례를 모았다.

◆루스 임페디먼트가 뭐에요?=루스 임페디먼트는 돌멩이 낙엽 등 생장하지 않거나 고정되지 않은 것으로 볼에 달라붙지 않은 자연물을 말한다. 대체로 해저드 밖에서는 벌없이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볼이 움직이는동안 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제거해서는 안된다. 카밀로 비예가스는 현대챔피언스토너먼트때 칩샷이 구르고 있는 동안 잔디부스러기를 치웠고 그에 따른 2벌타를 감안하지 않은 스코어 카드를 내 실격당했다. US여지오픈챔피언 유소연은 한화금융클래식 때 워터해저드에서 덤불을, 하이트진로챔피언십 때에는 그린밖의 모래를 치워 2벌타씩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터치’는 가능하면 피하세요= 골프에서 터치는 안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마크 윌슨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2라운드 때 나무 근처에 멈춘 볼을 왼손잡이 식으로 칩아웃하려다가 ‘투 터치’(한 스트로크에 두 번 맞히는 일)를 했다고 자진신고했다. 이런 경우 1벌타가 따른다. 그는 1타차로 커트탈락했다. 해저드에서는 샷을 하기 전에 클럽을 지면(수면)에 대서는 안된다. 닉 와트니는 도이체방크챔피언십 때 워터해저드에서 샷을 한 볼이 탈출하지 못하자 클럽헤드로 지면을 때리고 말았다. 해저드 상태 테스트로 2벌타가 주어졌음은 물론이다.

◆비정상적인 기구를 사용하면 안되지요= 미국의 한 여성 아마추어는 US시니어아마추어대회에서 캐디 때문에 실격당했다. 캐디가 그린보수기끝에 실을 매달아 바람을 측정하곤 했는데, 이것이 ‘비정상적인 장비 사용’으로 판정난 것. 이동환도 비슷한 케이스로 일본 던롭피닉스토너먼트 첫 날 실격당했다. 7번홀에서 일본 카메라맨이 “당신 스윙 사진 한 번 볼래?”라고 하자 이동환은 “오케이”하며 카메라를 들여다봤다. 경기위원은 라운드 중 선수가 자신의 스윙 사진을 본 것은 플레이에 원조가 될 수 있다고 판정했다.

◆화 나서 클럽 부러뜨리면 자신만 손해=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클럽이 손상되면 라운드 중이라도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클럽에다 화풀이를 하다가 손상되면 보충할 수 없다. 미겔 앙헬 히메네스는 볼보골프챔피언십 2라운드 13번홀에서 파퍼트를 한 후 퍼터를 구부려버렸다. 나머지 다섯 홀에선 로브 웨지로 퍼트했다. 그런데 15∼1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16번홀 버디퍼트 거리는 4.5m나 됐다. 헨릭 스텐손은 US오픈 4라운드 15번홀에서 7번아이언샷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자 샤프트를 부러뜨렸다. 그 과정에서 손까지 다쳤다. 국 쏟고 몸 덴 케이스다.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지난주 타일랜드골프챔피언십 때 파3홀에서 첫 티샷이 물에 들어가자 두 번째 샷을 한 후 4번아이언을 연못에 던져버렸다.

◆내년부터는 괜찮대요=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이면 올해까지는 플레이어에게 벌타가 주어졌다. 그 대표적인 선수는 웹 심슨이다. 심슨은 5월 취리히클래식과 6월 US오픈에서 두 번이나 그런 일을 겪었다. 취리히클래식에서는 1벌타 탓에 연장전에 들어가 첫 승을 놓쳤다. 로리 매킬로이와 김대현도 각각 브리티시오픈과 GS칼텍스매경오픈 최종일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이는 바람에 벌타를 받았다. 존 센든, 주스트 루이텐 등 많은 선수들이 이 조항으로 불이익을 당했다. 선수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영국·미국골프협회에서는 이 조항을 개정했다. 내년부터는 어드레스 후 바람이나 경사 때문에 볼이 움직일 경우 벌타가 부과되지 않는다.

◆경기위원도 실수하네요= 남자골프 한일전 마지막 날. 김경태의 티샷이 카트도로 옆에 멈춰 구제받고 드롭하고 치는데 그 때에도 발이 카트도로에 닿았다. 카트도로 때문에 구제받았으면 카트도로를 벗어난 상태에서 샷을 해야 한다. 위반시 2벌타다. 그 장면을 지적하는 경기위원은 없었다. 하이트진로챔피언십 때 유소연의 볼이 연못에 빠졌다. 유소연은 1벌타 후 드롭했으나 경기위원이 재드롭하라고 했다. 유소연이 샷을 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그 경기위원이 뛰어와 다시 플레이 지점을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마터면 큰 일날 뻔= 파드리그 해링턴은 웰스파고챔피언십 때 티잉그라운드 밖에 티업했다는 논란을 야기했다. 아마추어처럼 ‘배꼽 나올 뻔한’ 상황이었던 것. 케빈 나는 생애 첫 승을 거둔 JT아동병원오픈 때 연습스윙을 실제스윙처럼 해 구설수에 올랐다. 매킬로이는 한국오픈 때 연습스윙을 하던 중 러프에서 다른 볼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다 무사히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