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극심한 식량난 등 경제적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김 위원장의 급서로 그동안 추진해 온 ‘모이도이’(베트남의 단계적 개방·개혁 정책)식 정책을 이어갈 지, 체제 안정을 위해 다시 폐쇄적 계획경제 체제로 회귀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최근 5년새 침체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는 지난 2010년 말 현재 24조5968억원으로 전년(24조7135억원)에 비해 0.5% 가량 감소했고, 지난 2006~2010년 5년 동안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쳤다.
지난 1999년 6.1%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2005년까지 연 2.7%씩 상승하던 북한 경제가 이후 5년간 경기침체를 거듭한 것은 대외경제와의 단절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며 남한과 미국·일본·러시아 등과 외교적 관계가 단절, 이들 4개국과의 교역이 끊기며 성장세가 위축된 것이란 평가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의 계획경제 체제가 사실상 종식을 맞으며 도입한 모이도이식 단계적 개방정책이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 경제는 국내에서 관련 통계가 수집되기 시작한 지난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내리 9년 동안 연평균 약 4.2%포인트씩 축소됐다. 이 시기는 북한이 계획경제 성장이 정점에 달하고, 대홍수 등으로 경제 침체가 거듭되던 시기다.
그러다 김 위원장이 서기장으로 취임, 전권을 장악하면서 단계적 경제 협력체제 구축을 추진하자 한동안 성장세가 지속됐다. 당시 북한 경제는 남한과 중국·베트남 등과 경제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등 문호를 조금씩 개방하며, 간접적으로 글로벌 경기 호조의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때문에 북한이 이번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경제체제에 변화를 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교적 고립 등으로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는 북한 국민들에게 후계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성군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김 위원장의 스탠스를 이어받아 경제협력 및 개방 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특히 북한 국민의 83%에 해당하는 2000만명이 지하경제로 연명하고, 탈북자가 속속 나타나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종의 ‘충격요법’을 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이 여지껏 경제정책의 제1목표를 ‘체제안정’에 두었던 만큼 현재로선 개방보단 폐쇄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일 위원장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으로 정권 승계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내부 권력 찬탈이 발생할 수 있고, 체제 불안을 무마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성군’보단 ‘철권’ 통치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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