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소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단기 대책에 치중돼 축산농가의 경쟁력 향상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송아지 한마리 1만원…쇠고기 가격은 그대로?
4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유통업계에 따르면 산지에서 육우(고기소) 송아지값이 1만원 안팎으로 추락했다. 돼지고기 삼겹살 1인분 가격과 맞먹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4∼5개월 된 한우 암송아지도 지난해 4월에는 195만6000원이었는데 12월에는 92만1000원까지 절반 이상 급락했다.
한우 송아지값도 2010년 28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날 현재 129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체중이 600㎏인 암소의 산지 거래가격은 지난해 4월 438만3000원이었는데 6월에는 377만4000원이 됐고, 12월에는 362만2000원이었다. 한우(600㎏)도 2년 전 635만원에서 현재 444만원으로 30%가 폭락했다.
정부의 한·육우 적정 사육두수 실패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국내 한·육우 사육두수의 적정선은 총 260만 마리로 추정되지만 지난해 9월 현재 사육두수는 3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2001년 140만 마리였던 한·육우는 2005년 182만 마리, 2009년 292만 마리, 올해 330만여 마리로 10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했다.
사료값 급등도 한몫 했다. 사료값은 지난해 국제곡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2년 전과 비교해 16.2% 인상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작년 국내 축산농가가 키운 소를 시장에 내다팔 때 115만원을 손해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키울수록 손해가 나는 축산농가로서는 피눈물을 흘리며 사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전북 순창에서 사료값을 충당하지 못한 한 축산농가가 아사(餓死)로까지 몰고간 것은 우울한 단면이다.
반면 유통업체의 중간마진으로 쇠고기 소비자 판매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이마트를 기준으로 한우 1등급 등심 100g은 5800원이고, 국거리(앞다리·설도 등)는 3800원이다. 같은 등급의 등심은 지난해 7~8월 5500원에서 줄곧 5800원에 내놓았다. 국거리도 지난해 7월에 2500원이었지만 올랐다.
◆ 정부 단기 대책…중장기 경쟁력 하락이 '더 문제'
이처럼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자 정부가 단기 대책을 내놓았다. 농식품부는 이날 사육두수에 관계없이 송아지가격 하락시 지급하던 보전금을 적정 가임암소수(90~100만두)를 초과할 경우 보전금 지급을 중단키로 했다.
송아지 분만을 경험하지 않은 암소(미경산우) 또는 1~2년산 젊은 암소 위주로 도태장려금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올해 3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특히 △사료업체에 원료구매자금 600억원 지원 △수입 사료원료 할당관세 적용 △2014년까지 배합사료 부가가치세 영세율 등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송아지가격 안정을 위해 군납용 수입쇠고기를 전량 한·육우 고기로 대체키로 하고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섰다.
장병 65만여명에게 1인당 하루 평균 60g씩 공급해온 돼지고기도 절반 이상을 한우와 육우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단기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중장기 대책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특히 한·미 FTA 등으로 값싼 수입산 쇠고기와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 축산업체 관계자는 "안전성 문제로 주춤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요도 점차 회복되면서 소 사육농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는 송아지 생산안정자금 지원 등을 폐지 또는 축소해 사육농가의 경쟁력은 한층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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