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나가는 동안 100조원이 넘던 주식형펀드 잔고는 97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후 코스피가 1600선 중반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식형펀드 잔고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10월 중순경 104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출입은 코스피의 등락과 하루 이틀정도 차이를 두고 지수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구간에서는 환매를 통해 빠져나간 자금이 많았고, 1600대에서 1800대 구간에서는 저가 매수로 유입된 자금이 훨씬 많았다. 다시 말해 고점에서 매도하고 저점에서 매수하는 전략을 펼친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펀드 수익률 급락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지수 반등시마다 이를 환매 기회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여전히 바닥권이고 부동산 경기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증시 조정을 기다리는 펀드 대기 자금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조정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이 예전에는 1800~1900선을 염두에 뒀다면 지금은 그 이상에서도 돈을 넣고 있다”며 “기관 또한 올해 투자해야 할 자금을 묶어만 둘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환매와 유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패턴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펀드가 점차 돈벌이 수단이기보다는 자금 관리를 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움직임을 부추긴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이제 주식형 펀드는 지수가 빠질 때 매수하는 일종의 저축 개념이 되고 있고 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자금이 다소 탄력적으로 움직이면서 전체적으로 한 쪽으로 치우친 움직임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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