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한해를 보내며 다시 중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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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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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연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
(아주경제 양규현 기자) 석동연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 =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한해 동안 대한민국호(號)는 격랑을 헤치며 전진했다. 지난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이룬 꿈이다. 12월 5일 우리의 연간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에서 9번째로 달성한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올해 휴대전화 매출액이 세계 1위로 올라섰고, 조선산업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자동차산업도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하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토록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2012년 임진년이 밝아온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설렘 속에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축복하곤 한다. 그런데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다. 무엇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사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며 극히 불확실해졌다. 유럽의 재정위기, 북한 변수 등 불안요인이 머리를 무겁게 하고 있으며, 정치상황도 매우 유동적이다. 4월 총선에 이어 12월 대통령선거가 있어 건곤일척의 승부가 벌어진다. 핵안보 정상회의, 여수 EXPO 등 국가적 대사가 있지만 선거에 가려질까 염려가 된다.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元年)으로 하겠다고 오랫동안 공언해 왔다. 김정일의 급사는 권력 계승을 미처 마치지 못한 29세의 '청년대장' 김정은에게는 커다란 도전이다. 김정은은 강성대국임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제3차 핵실험 또는 대남 도발 등 위기 조성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미국·러시아에서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으며, 중국은 가을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남북한과 주변 4강의 리더십 변화는 우리 외교·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난 12월 12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을 중국 어선 선장이 흉기로 살해했다. 우리 국민들은 이를 대한민국의 존엄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하였다.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고, 흥분한 한 시민은 차로 대사관에 돌진하기까지 하였다. 중국 국기를 불태우고 계란을 던졌다. 중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마음이야 모를 바 아니지만 과격한 시위에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베이징 우리 대사관에 쇠구슬이 날아와 두꺼운 방탄유리를 깨뜨리고 한국상 품 불매, 한국 방문 중단 얘기들이 나왔다. 과격한 시위는 시위의 명분과 나라의 격을 떨어뜨리고 우리에게 그 피해가 바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2010년에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인해 한·중관계에 비바람이 몰아쳤다. 우리 국민들은 북한을 감싸고 도는 중국의 행태에 대해 크게 실망하였는데, 중국은 김정일 사후에도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국이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절대적인 지위에 있었다. 우리는 그런 미국과 잘 지내면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중국을 바로 이웃에 두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며, 민족주의적인 정서가 달아오르고 있다.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한·중관계는 경제·통상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해 왔다. 한·미, 한·일 무역량을 합해도 한·중 무역량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한·중 무역량은 2400억 달러(중국 통계 기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중국과 경제협력을 넘어 안보분야에서도 공동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어렵지만 중국과 더불어 상생하는 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G2시대를 사는 우리의 과제이며 고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사는 한반도를 불확실성의 구름으로 뒤덮게 했다. 우리는 앞으로 5년간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민족통일의 길로 우리를 이끌어갈 조타수를 뽑게 된다. 전능한 지도자가 하늘에서 강림할 리는 없다. 이 땅의 지도자 중 누구를 선택할지를 우리 모두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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