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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 bamboo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일광일휘(一光一揮). 카메라 셔터가 찰칵하는 순간, 한폭의 수묵화가 탄생한다.
어둠속에서 드러낸 죽(竹). 흑(黑)과 묵(默)의 신비한 아우라가 가득하다. 억제하고 절제하고 축소한 대나무는 잔잔한 고요의 심연으로 이끈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그의 대나무작품을 '빛의 편애로 드러난 대竹의 살'이라고 표현했다.
'대나무 사진작가' 최병관(57·상명대 교수). 필름카메라작업만 고집하며 '죽생죽사'다. 울창한 대나무숲 그늘아래서 그는 행복하다.
"대나무 색깔, 댓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향기…. 허공에서 흔들림을 기꺼이 견디는 대나무. 대숲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무척이나 마음이 편하고 행복합니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그는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순수사진을 공부했다. 사진유학파 1세대로 작년에는 뉴욕의 메이저 사진화랑 소호포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국제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를 '대나무 사진작가'로 만든 것은 우연이었다.
"2002년 상명대학 사진과에서 학생들과 2박3일 촬영여행을 떠났어요. 담양 소쇄원에 갔었는데 당시에도 대나무를 그저 하나의 풍경일뿐이었죠. 그런데 어느날 대나무숲에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멀리서 보니까 대숲이 빛과 어둠속에서 눈길을 끌더군요. 제일 앞에 있는 밝은 대나무에 초첨을 맞춰서 몇컷을 찍었지만 이후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하여 가나아트센터가 한국의 풍경을 주제로한 해외-국내작가기획전에 초대하면서 작가는 그때의 대나무를 기억해냈다. 초기에는 대나무 색, 그대로 '초록의 죽'을 담아냈다. 하지만 컬러는 부담이됐다.
"대숲에서 사진을 찍을때 가느다란 대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피해 사진찍는 일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대숲안으로 들어갈수록 빛의 조건이 어두워지죠. 한곳에 초점을 맞추면 뒤로 갈수록 아웃포커스가 된다는 것. 밝은 곳에 노출을 맞추면 어두운 곳은 표현을 더디게 한다는 것. '빛의 예술'은 바로 포커스의 힘입니다."
10년째 대나무작업을 해오며 "다른 소재와 달리 물리지 않는다"는 작가의 대나무는 짙은 흑색의 모노톤 사이로 소리없는 깊은 울림을 낸다.
그가 전남 담양 소쇄원과 경남 진주, 사천 등지에서 행복하고 정직하게 담아낸 대나무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전시공간 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나 볼 수 있다. 12회째 개인전이다.
정적과 절제와 단순함이 빚어내는 미학이 압권인 대나무 시리즈 13점을 전시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흰 여백에 몰골기법으로 그린 수묵화같은 대나무 시리즈도 나왔다.
사철 푸르름, 변하지 않는 절개. 고매한 정신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식물의 고귀함을 보여주며 보는이의 마음까지 정화시켜준다. 수묵의 묵직함, 정적의 차분함. 단순함을 극대화한 그의 대나무는 '힐링 아트'다
작가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브뤼셀 영갤러리, 비엔나 앤젠버거갤러리, 베이징 오피시나갤러리 소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개인전할때 이방인들은 동양화냐며 호기심을 보이더군요.중국 일본에서는 친숙함을 보이고요. 올해는 중국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벌써 영문과 중문을 넣은 작품집도 만들었어요." 전시는 26일까지.(02)733-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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