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세부적인 노동 환경 개선 조건을 명시하는 27 쪽짜리 연례 보고서를 발표한 뒤 이를 해외 각국의 협력 업체에 하달했다고 16일 보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노동 환경 향상을 회사의 최고 가치로 여겨왔다”며 “산업 전반에서 우리의 노력은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이는 최근 대만 팍스콘사의 중국 공장 노동자 300명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투신하는 등 해외 공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가 가중하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애플사의 제품을 조립하는 중국 팍스콘 공장의 부실한 노동 환경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2010년 1월 광동성 선전시 공장의 직원이 투신자살한 뒤 지난 2년간 중국 팍스콘 공장에서는 투신 사건으로 노동자 최소 13명이 숨졌다. 지난 5월 사천성 청두 공장에서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18명이 죽거나 다친 바 있다.
애플은 새로운 안전 수칙을 협력 업체에 하달하고 가연성 분진 물질을 취급하는 데 만전을 기하라고 일렀다. 또 외부 감사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공정노동위원회(FLA)’에 가입했다. FLA는 개발도상국 공장의 작업환경 감시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인권단체다. IT 분야 업체가 FLA에 가입하기는 애플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독 화학 물질을 저장·운반·처리하는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협력업체는 112개 곳이나 됐다.
한편 해외 현지 공장의 3분의 1 가량이 임금 지급과 복지에 관련된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성년 노동자를 고용한 곳도 5곳이나 됐다.
애플은 앞으로 중국을 포함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해외 공장서 안전 수칙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이를 감시할 방침이다. 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팀 쿡 CEO는 “향후 애플은 해당 공장의 근무 조건을 매우 세부적인 사항까지 감시할 것”이라며 “노동 환경은 반드시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보고서는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229 차례에 걸친 회계 감사를 통해 작성됐다. 이를 두고 WSJ는 애플이 창사 이래 가장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조치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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