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국이 파키스탄 영토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을 때 파키스탄은 축하하기는 커녕, 사전에 작전을 알리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폭격기가 실수로 파키스탄 군인 24명을 죽게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후 미군은 공식적으로 파키스탄 영토는 물론이고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에서 무인 폭격기를 띄우지 못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탈레반 지도자가 드론에 사살당한 것에 대해 미국은 사전에 파키스탄 정부에 작전을 알렸으나, 파키스탄은 “허락은 하지 않았다”며 좋게 넘기지를 않았다.
이같은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은 현재 새로운 관계(a new normal) 정립을위해 고심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의 관계자의 말을 빌어 포스트는 “오바마 행정부가 한때 주장했 듯 파키스탄 정부가 반군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 대신 맺을 수 있는 전략적 동맹 관계와, 완전히 비즈니스처럼 돈을 주고 거래하는 관계의 중간선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자간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판단되는 데도 이같은 고심이 계속 되는 데는 두 나라가 서로 얻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매년 약 30억 달러의 대 태러 협조 자금 지원을 받았고, 결국 미국의 달러가 자국 경제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 됐다. 최근 수년간 오바마 행정부는 이 자금 지출을 최대한 억제했다. 파키스탄 정부 또는 군부가 알카에다와 내통한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예멘을 비롯해 알카에다의 활동이 가장 빈번한 곳으로 판단되는 파키스탄을 잃으면 대 테러 작전에서 큰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정보는 파키스탄 정부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도 얻을 것은 얻는다는 작전을 펼칠 전망이다.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 땅에 무려 1000여개의 안가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곳에 누가 살고 있으며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압둘 하피즈 셰이크 재무장관같은 실리파는 미국과의 관계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어, 양자가 서로 실리를 챙기는 새로운 관계가 조만간 정립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미국)=송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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