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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금융부 팀장 |
그러나 카드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카드 영업 확대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데 이어 가맹점들이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체크카드를 포함한 직불형 카드 비중을 크게 늘리겠다고 나서는 등 카드업계를 숨돌릴 틈도 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카드 전성시대와 함께 카드 수난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카드시장 구조 개혁에 나선 배경은 카드사들이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외상 구매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경기 불황시 고스란히 가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체크카드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득 범위 내에서 카드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맹점들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정부의 개혁 의지에 기름을 부었다.
이제 국민들은 신용카드를 화폐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결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에는 1만원 이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하면서 머쓱한 표정을 짓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1000원짜리 음료수를 사면서도 거리낌 없이 카드를 내민다.
가맹점들은 죽을 맛이다. 소비 위축으로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든 마당에 카드사가 수수료를 2~3%씩 떼어 가니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카드업계는 매년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가맹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배경이다.
카드업계는 3월 중 수수료 체계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아마도 2%였던 수수료는 1.8%로, 1.8%였던 수수료는 1.5%로 소폭 하향 조정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수수료 인하 요구는 일회성 구호로 그칠 사안이 아니다. 카드업계가 대규모 수익을 기록하는 한 수수료를 낮추라는 요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카드업계는 마땅한 대안 없이 신용카드 비중을 줄이고 체크카드 영업을 확대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변한다.
이에 대한 정부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답은 나왔다. 더 이상 신용카드를 팔아 땅 짚고 헤엄치듯 돈을 버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거리로 나서 신용카드 가입서를 들이미는 식의 영업 관행을 포기하지 않는 한 카드업계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드는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이 아니라 결제 수단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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