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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위안 제작비로 만든 영화가 3억5000만 위안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한 영화 '실연33일' |
대표적인 예가 지난 해 12월 개봉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진링의 13소녀’ 그리고 쉬커(徐克) 감독의 액션무협영화‘용문비갑(龍門飛甲)’입니다.‘진링의 13소녀’는 중국 민성(民生)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 위안(한화 약 270억원)의 자금을 대출받았고, ‘용문비갑’ 역시 베이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영화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중국 영화시장에 자금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입니다. 당시 펑샤오강의 영화 ‘집결호(集結號)’가 자오상(招商)은행에 제작비 5000만 위안을 대출받은 뒤 판권 등 수익금으로 은행 빚을 갚았죠. 이후 영화에 투자하면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너나 할거할 것 없이 영화시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사모 벤처투자자,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성다(盛大), 완메이(完美) 등 온라인 게임업체들도 다같이 영화시장에 돈을 대주었습니다. 베이징 신위안(新元)문화산업클럽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기준 중국 문화산업 관련 투자펀드 개수만 83개, 총 설정액이 1330억4500만 위안에 달하기도 했죠.
심지어 산시(山西)성에서 광산으로 떼돈을 번 신흥 부자들 사이에서는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이들이‘영화에 투자해 문화적 소양을 높인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왔죠.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거액의 자금은 오히려 중국 영화시장에 독이 됐습니다.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자금을 감당하기에는 중국 영화시장 파이가 너무 작았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영화제작에 거품이 많이 끼게 됐습니다. 본래 수 억 위안 들여 제작하려던 영화에 투자가 많이 들어오다 보니 제작비가 수십억 위안씩 뛰었습니다. 거액의 광고, 호화 캐스팅, 겉보기에 현란한 CG 등으로 승부수를 내다보니 제작비가 뛰고 각종 블록버스터 대작이 시장에 쏟아진 것이죠.
거액의 제작비를 쏟아 부었는데 과연 수익은 어떨까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에서 개봉된 중국산 영화 90%가 적자를 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화려한 겉보기와 다르게 초라한 성적표죠. 최근 중국 대륙에서 흥행돌풍을 일으켰다는 ‘진링의 13소녀’도 13억 위안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둬야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합니다. 수익이 이제 겨우 6억 위안이라고 하니 천하의 장이머우 감독이라도 어쩔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해 중국에서 ‘작지만 알찬 영화’ 하나가 주목 받았습니다. 바로 텅화타오(滕華濤) 감독이 제작한 ‘실연33일(失戀33天)’이라는 영화입니다. 고작 900만 위안 제작비로 만든 영화가 3억5000만 위안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두면서 제작비의 17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죠.
올해 중국 영화계에는 '빛좋은 개살구'식 영화가 아니라 '내실있는' 영화가 많이 등장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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