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제약기업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약을 발굴하는 연구개발(R&D)이 필수다. 하지만 계속되는 매출 감소와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R&D 투자 확대를 어렵게 한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신약 개발을 위한 R&D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자체 보유한 기술을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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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연구진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
대웅제약은 올해 연구개발(R&D) 부문에서 거둔 그간의 연구 성과를 가시화 하는데 집중한다.
제제연구 분야에서는 서방정(약효가 서서히 나타나는 형태)과 복합제 등 차별화된 개량신약 개발에 나선다.
신약 분야에서는 신경병증성통증 치료제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등의 임상개발을 가속화해 글로벌 신약 개발을 앞당길 방침이다.
미국·인도·중국 등의 24시간 끊임없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발 빠르게 개발할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신약 후보를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2010년 R&D 투자비는 총 557억원으로 매출 대비 8.30%, 지난해에는 650억원으로 9%대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800억 이상이 투입된다.
연구개발 인력 역시 계속 늘려가고 있다.
R&D 투자 증가에 따라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 개발도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2~3년간 자체 R&D를 꾸준히 진행해 신약,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등을 포함해 총 80여개 신제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제2상 임상시험 단계인 과제는 10건에 육박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외부로부터 확보해 부족한 기술과 과제를 보완하고 있다.
신경병증성통증 치료제는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신경병증성통증은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간질이나 우울증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는 질환이다.
이 후보물질은 최근 주목받는 타깃인 캡사이신 수용체 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캡사이신 수용체 길항제로서 신경병증성 통증을 적응증으로 한 제품의 임상2상 진입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2015년께 출시될 예정이다.
이 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치료제를 급속히 대체하는 글로벌 신약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웅제약이 신경계 신약 개발 전문기업인 메디프론 사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DWP09031’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임상1상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발매를 위한 연구개발과 동시에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골형성 촉진 단백질인 BMP-2와 인공뼈를 접목한 신개념의 바이오 융합의료기기인 ‘노보시스’ 개발도 한창이다.
노보시스는 현재 치과, 정형외과 임상을 진행 중이다. 치과용으로는 내년, 정형외과용으로는 2014년 출시될 예정이다.
치과 영역에서 노보시스는 임플란트를 비롯한 골이식 관련 치료에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임플란트를 심기에 잇몸 뼈가 부족한 경우 잇몸 뼈에 노보시스를 투여하면 뼈가 두꺼워져 임플란트가 빠르게 고정되기 때문에 치료기간을 줄여준다.
그 동안 치조골(턱뼈)이 약해서 임플란트 시술이 어려웠던 환자도 쉽게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척추디스크 치료에 활용되는 의료기기로 출시된다.
일반적으로 척추디스크 치료 수술은 자기 뼈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노보시스를 사용하면 자가이식 보다 뼈가 더 잘 붙고 수술시간과 출혈은 줄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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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한미약품연구센터 연구원들이 북경한미 본사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에 속한다.
지난 2010년 총 매출액의 14.3%인 852억원을 R&D에 투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특히 바이오와 항암 분야 11건의 신약 과제 중 절반 이상인 7건에 대한 임상시험을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진행하며 ‘대한민국 글로벌 신약 1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2006년 자체 개발에 성공한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는 해외 임상이 활발한 바이오신약 과제들의 근간이다.
이 기술은 매일 주사해야 하는 바이오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약효 지속시간을 최대 월 1회까지 늘려준다.
한미약품은 이를 기반으로 약효 지속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당뇨병 치료제, 인성장호르몬,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C형 간염 치료제 등 바이오신약 임상을 미국과 유럽에서 실시하고 있다.
월 1회 투약하는 당뇨병 치료제로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LAPS-Exendin4’는 유럽에서 환자 대상 단회투여 임상을 마치고 미국에서 임상2상에 돌입한다.
한 번 투여로 2주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성장호르몬 제품인 ‘LAPS-hGH’는 동유럽 8개국에서 성장호르몬결핍증을 앓는 성인환자 6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을 시작했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LASP-GCSF’는 미국에서 임상1상을 완료했다.
C형 간염 치료제인 ‘LAPS-INFα’는 유럽 임상1상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2상 진입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항암 신약 개발을 위한 해외 임상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미국의 연구개발 중심 제약회사인 카이넥스 사와 공동으로 혈액암·전립선암 치료를 목표로 한 제품 ‘KX01’의 임상2상을 미국과 홍콩 등에서 공동 진행하고 있다.
KX01은 암세포 대사와 성장의 핵심인 SRC 키나아제(kinase)와 프리튜뷸린(pre-tubulin)을 동시에 억제하는 혁신신약이다.
출시될 경우 한국과 중국에서만 연간 15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다.
경구용 항암제를 개발하는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ORASCOVERY)’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오락솔’, ‘오라테칸’ 등 항암 신약에 대한 해외 임상도 곧 시작된다.
국내에서 임상 1·2상을 진행했던 한미약품은 카이넥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미국, 유럽 등 지역에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오락솔·오라테칸과 KX01을 병용 투여할 경우 우수한 항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한미약품과 카이넥스 간 공동 연구가 가져다 줄 시너지에 업계에 관심이 높다.
한미약품은 2015년부터 매년 1~2개 신약을 해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과 중국을 잇는 R&D 네트워크인 북경한미약품연구센터도 글로벌 임상의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 10월부터 운영 중인 북경한미연구센터는 출범 초기 30여명이던 연구인력을 110명으로 크게 늘렸다.
특히 연구원의 60%가 북경대·청화대·심양대 등 중국 명문대 출신이고, 87%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일 정도로 우수한 인력을 자랑하다.
북경연구센터는 현재 한국 한미약품연구센터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국 내 다른 연구기관들과의 협력연구를 통해 R&D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해외 임상과 북경연구센터와의 R&D 네트워크 등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R&D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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