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지난 연말 폭풍전야 같던 전세시장 분위기가 서서히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설 이후 다시 전세난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재건축 이주 본격화
올 상반기 전세난을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는 재건축 이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서 추산한 올해 서울시내 재건축 이주예정 가구수는 1만가구가 넘는다. 특히 강동구와 강남구 쪽에 이주 수요가 몰려 있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강남발 전세난이 수도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동구 고덕시영 아파트는 이미 지난 16일부터 2500여 가구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전셋값이 2000만원 정도 올랐다. 6월에는 인근 고덕주공4단지 410가구가 움직인다.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6600여가구도 상반기 이주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637가구, 반포동 신반포(한신1차) 790가구가 이주에 들어간다.
학군 수요도 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양천구 목동 등 학군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이달 전셋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65㎡(공급면적 기준)는 2억9500만원 선으로 지난해 말보다 500만~1000만원 올랐다.
인근 H공인 대표는 “학군 수요가 꾸준해 전셋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올해는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지 않는 한 작년보다 소폭 상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물량 대폭 감소
올해 이주 수요 증가 분위기와 반대로 입주 물량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전국에서 입주 예정인 민간아파트는 15만8722가구다. 이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21만9700가구보다 27.7%나 줄어든 수치다.
서울의 경우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이 1만6249가구로 지난해(3만8061가구)의 42.6%에 불과하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입주물량은 3493가구로 지난해(6997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강남과 강동지역 상반기 이주예정 가구가 1만가구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정부와 서울시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을 대거 공급해 전세난을 막겠다고 하지만 아파트 수요를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통계상 전셋값 상승 폭은 지난해만큼은 아니겠지만, 전세 수요자들은 2년 만에 이동하는 것이라 실제 체감 상승률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소장도 “서울 강동·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자가 늘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수도권으로 밀려나 또다시 전세시장이 들썩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 이주 수요를 분산시키고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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