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한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접수된 서울역 일대 노숙인 관련 변사 사고는 0건이었다.
서울 중구청이 파악한 행려자 사망 현황에서도 올겨울 들어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없었다.
중구 지역에서 겨울철 숨진 채 발견된 행려자 수는 2009년 12월~2010년 2월 6건, 2010년 12월~지난해 2월 9건. 이 가운데 노숙인 복지시설인 은평의마을의 입소 기록을 토대로 노숙인으로 추정하는 사망자는 각각 4명과 3명이었다.
그러나 올겨울에는 최근까지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최근 몇 차례 찾아온 한파 속에서도 동사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지난달 15일 문을 연 노숙자 응급대피시설이 기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시는 겨울철 노숙인들의 사고 방지를 위해 서울역파출소 옆 지하보도에 전열 장치를 갖춘 80명 수용 규모의 대피시설을 설치했다.
지난해 8월 서울역이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를 한 이후 노숙인들이 '최후의 보루'조차 없이 한파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등록과 함께 입소하는 동안 규율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노숙인 쉼터와는 달리 응급구호방은 별다른 등록절차 없이 누구나 가서 몸을 녹일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250㎡ 규모의 남성 응급구호방에는 매일 밤 정원의 2배에 달하는 노숙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노숙인 신모(51)씨는 "늦지 않게 왔는데도 자리가 없어 온돌이 없는 찬 바닥에 누워 잤다. 하지만 바람이 술술 들어오는 종이상자에서 혼자 자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따뜻한 거처가 제공되다 보니 다른 지역 노숙인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거나 경찰이 순찰 도중 발견한 노숙자를 옮겨오기도 한다.
김모(55)씨는 "원래 영등포 쪽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서울역에 응급구호방이 얘기를 듣고 거처를 옮겼다"며 "이렇게 안락하고 포근한 곳이 또 어딨겠나"고 만족해했다.
서울역파출소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서울역 부근에서 동사 등의 이유로 사망한 노숙인이 7~8명은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겨울은 응급구호방 때문인지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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