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오는 3월말 하나금융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감독당국의 승인은 떨어졌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매매계약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법정 싸움을 불사할 뜻을 밝혀 실질적인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김 회장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특히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이 이달 전격 사퇴한 상황이어서 김 회장에 대한 `대안 부재론'도 팽배하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지난해 3연임 당시처럼, 외환은행 문제를 매듭지으라는 이사진의 설득을 수락하는 형식으로 4연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연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연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후임자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산적한 문제가 있기에 최선의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나금융 사외이사 사이에서도 김 회장의 연임 불가피론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외이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화학적 결합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물리적 결합까지는 (김 회장이) 책임졌으면 한다"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2008년과 2011년 잇따라 연임한 김 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김 회장은 1997~2005년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을 포함하면 무려 16년째 하나은행과 하나금융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매매와 관련해 특혜 시비 등 정치ㆍ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 논란을 잠재우고자 퇴진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김 회장이 69세의 고령이라는 점은 큰 걸림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내부 규준은 등기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43년 8월생으로 2013년 말까지 연임할 수 있다.
김 회장의 퇴진을 가정하면 외환은행장 내정자인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차기 회장감으로 꼽힌다.
김 행장은 옛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부터 하나은행에서 일한 `은행맨'이다. 재무관료 출신인 윤 부회장은 옛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포스트 김승유' 1순위로 꼽히던 김종열 사장은 복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생각(사퇴 입장)은 같다"라고 말해 일단 회장의 꿈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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