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본과 함께 이미 세계 시장에서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글로벌 제네릭사의 국내 진출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4월 시행되는 일괄 약가 인하를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경영 어려움이 예상되는 국내 제약회사에게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 노바티스·화이자 제네릭사 국내 진출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제약은 최근 제네릭 전문 브랜드인 ‘화이자 바이탈스’를 국내에 출시했다.
화이자 바이탈스가 내세운 시장 전략은 ‘퀄리티 제네릭(Quality Generic)’이다.
퀄리티 제네릭이란 오리지널의약품에 적용되는 이미 모기업을 통해 인증된 글로벌 품질기준을 제네릭에도 적용, 기존 제네릭 보다 한 차원 높은 품질을 보장한다는 개념이다.
김선아 한국화이자제약 이스태블리쉬트 프로덕츠 사업부 전무는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부응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화이자 바이탈스를 출범했다”고 국내 진출 배경을 소개했다.
공식 출범에 앞서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모두 7개 항암제 제네릭 출시 허가를 받았다.
올해에는 화이자 바이탈스를 통해 심혈관계 치료제 등 모두 7개 제네릭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다국적 제약사를 모기업으로 퀄리티 제네릭을 표방한 글로벌 제네릭사의 국내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바티스는 지난 2005년 6월 자사의 제네릭 의약품 사업부인 산도스의 한국법인 ‘한국산도스’를 출범했다.
산도스는 120여년의 전통을 가진 제네릭 전문 스위스 회사로 이스라엘의 테바와 함께 전세계 제네릭 시장에서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한국산도스는 정신신경계 의약품을 중심으로 항암제,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 등 19개의 제네릭 제품을 공급 중이다.
인도 상위 제약사로 제네릭을 핵심 사업으로 운영하는 시플라도 ‘시플라코리아’라는 법인명으로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 국내 제약사 매출 위축 우려
글로벌 제네릭사의 국내 시장 진출은 제네릭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회사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미 지난해 리베이트 쌍벌제 강화 등으로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경험했던 국내 제약회사들 입장에서는 글로벌 제네릭사 출범이 또 하나의 매출 감소 요인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제네릭사는 막대한 자금력과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다국적사를 등에 업은 만큼 출범 초기부터 소비자에게 쉽게 인지될 수 있다.
특허 만료를 앞둔 모기업의 오리지널 제품을 복제한 제네릭의 경우 약효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확보돼 국내사가 출시하는 동일 제네릭이 상대적으로 외면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제네릭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은 국내 제약회사들의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글로벌 제네릭사가 국내 시장에서 자리매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국내에 진출한 지 7년이 된 한국산도스는 지금까지도 제네릭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다.
한국산도스는 지난해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과 함께 영업력 강화에 나섰지만 매출 성장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플라코리아는 모기업의 제품을 공급하기보다는 원료 공급에만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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