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나서 연설을 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민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다는 시그널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충남 태안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15년째 소를 키우는 조대호(68)씨는 이날 MBC TV로 방송된 민주당 정강정책 연설에서 “평생 흙만 파먹고 살았지만 이래저래 농협에서 얻어 쓴 돈이 1억원 정도”라며 “쓸데없이 헛심만 쓰고 살아온 세월은 아니었나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농사만 갖고는 안 되고 '복합영농'을 해야 한다고 해서 정부보조금과 융자받은 돈 1억2000만원으로 축사를 짓고 소 10마리를 사서 축산을 시작했다”며 “그런데 사람들이 새끼 낳는 암소가 60마리는 돼야 자금도 회전되고 손해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죽어라 매달려 13년 만인 2010년에 60마리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그런데 축사 난방비, 볏짚ㆍ왕겨 등 사료비, 외국인근로자 인건비 등으로 연간 8000만원씩 들어가는데, 요즘 같이 송아지 한 마리 값이 100만원 정도 하면 수입이 일 년에 6000만원밖에 안된다”며 “이렇게 해서 누가 소를 키우려고 하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하는 수 없어 작년에 재작년의 반값에 암소 40마리를 팔고, 혹시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미련이 남아 20마리를 남겨뒀는데, 요즘 돌아가는 걸로 봐선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오는 3,4월 털갈이가 끝나면 다 팔아버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미국소가 들어올 때도 '설마 소 키우는 농가들이 다 망하도록 놔두겠나'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우리 정부가 이럴 줄은 몰랐다는 사실 때문에 정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판에 캐나다 소까지 들어온다고 하고, 중국과도 FTA를 마구잡이로 추진해 쌀은 물론 고추, 깨, 배추 같은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밀려들어 오면 우리 농촌 사람들은 정말 다 망하고 만다. 농촌 전체가 끝장이 나야 속이 시원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농촌을 다 죽이는 FTA에 반대하고 FTA를 하더라도 대책을 마련한 후에 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백번 옳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민주당이 잘 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말이지 우리 같은 농민들도 좀 살 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정치하시는 분들은 제발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6∼27일 실시된 1차 연설에서는 민주당은 4ㆍ11 총선에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숙명여대 행정학과 1학년 박소희(20)씨를 내세웠고, 한나라당은 이준석 비대위원을 등장시키는 등 여야가 '20대 맞대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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