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정부가 내달 6일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30일 저녁 광화문 인근의 한 식당에서 총리실 페이스북 친구들 30명과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2월6일께 관계 장관회의를 해서 총리가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 중 최연소자로 독도 지키기 운동인 반트 활동을 하고 있는 중학생 박진형씨가 학교 폭력 해결 방안에 대해 묻자 김 총리는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가해자, 저항을 못하고 굴종하는 피해자, 무기력한 방관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적은 가정ㆍ학교 등이 서로 복합돼 있어 여러 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제일 근본 문제는 교육이고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느냐가 과제”라며 “사농공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육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고 학교폭력 해결 위해 예체능 교육을 대폭 늘려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면서 "그것만 늘려놔도 스트레스 풀고 정서 순환도 되고 할텐데...책 읽기, 음악듣기, 운동 등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미술학도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 김민선씨는 매년 바뀌고 있는 입시제도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김 총리는 "분명히 입시제도나 입시전형 방법은 일관성 있게 가야 되는 원칙이 맞다. 설사 바꾸더라도 상당한 유예기간 둬, 대응할 수 있는 방책을 간구 하면서 입시제도 바꿔야 된다는 지적이 맞다"면서도 "같이 공부한 사람은 마찬가지 입장 아니겠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부 블로거인 윤성아씨는 정권 말 혼란한 시대에 총리직을 맡으면서 욱한 적이 없냐고 묻자 "택도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거친말로 공격하고 싶은 생각이 가끔 있다"면서도 "서로 말다툼 하다가 본질은 어디가고 엉뚱한 것으로 싸우기 때문에 가장 순화된 내용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전달하면서도 상대방은 배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소개하며 등록금 등 고통받고 있는 젊은이들을 격려했다.
아버지가 전라도 광주에서 양말 장사를 했는데 재고가 많이 남아 방학이 끝나면 학교로 고향을 떠나는 형에게 돈이 없으니 큰 양말 보따리를 만들어 주며 팔아서 학교 등록금을 내라고 했다는 것.
이후 형이 양말 보따리를 서울의 양말 파는 가게로 가져가 사정을 설명하고 보여주니 주인이 "굉장히 좋은 물건이다. 장기적으로 보급해 달라"고 해서 아버지 회사의 재고도 정리하고 공장을 가동시켜서 전 식구가 어려움 없이 대학을 다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그걸 어깨에 짊어지고 역에 기차 타러 가는 형 모습이 어린 마음에 가슴 아프게 느꼈던 기억이 난다"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면 어떤 식으로든 기회는 온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겐 공허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인생은 길고 기왕 어려운 거 좀더 긍정·희망적으로 생각하면 행복의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이날 모임에는 참가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뽑힌 학생과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등 10대∼60대의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웠다.
공인중개사인 조항준 씨는 "총리실에 제안서를 올렸다"면서 주변에서 여기에 온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씨는 "이 간담회로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총리실이 (국민들의 생각을)알고 있다는 자체로 충분히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하고 왔다"고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동아대학교에 다니는 박민주씨는 "친구 중 장애인이 많은데 취업에 많은 부담을 안고 산다"면서 "장애인 복지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고 대학생들 느끼는 불안감 등 쌍방향 소통하는 정부 기구들을 만들었으면 하는 소망을 총리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지인들이 이 모임에 참석한다고 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모이자고 하면 누가 진정성을 가지고 모이겠느냐"고 말했다면서 "(김 총리가) 사법부, 감사원, 행정부를 거친 사회 어른으로서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듣고 싶어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온라인 대변인 이승아씨가 이뻐서 총리실 페이스북을 처음 클릭해 봤다는 벤처기업 임원 천재범씨는 "총리님이 직접 쓴 가슴의 이야기가 들려지는 것보고 감동을 받아 페이스북 친구가 됐다"고 밝혔다.
서상희(중앙대)씨는 "문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총리실 페이스북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날로그적인 것(친필메모 형식)이었다"면서 "아날로그와 인터넷의 조화된 느낌이 감명 깊다"고 말했다.
특히 윤한준(홍익대)씨는 모임이 있던 이날 오전 취업했지만 "이 세상에서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하나, 앞서가는 삶보다 돌아가는 삶이 더 가치있을 거라 생각해 취업자리 포기하고 이 자리 왔다"고 말해 주변의 탄식을 자아냈다.
아동문학가인 최지훈씨는 김 총리가 훌륭한 수필가라고 자평하며 총리직을 그만두면 가슴 속 묻어놨던 얘기들을 자유롭고 편하게 들려 달라고 부탁했다.
한 참석가는 교육의 현실을 지적하며 "중앙에서 정책을 세워도 시·도는 뭐라 하던 말던 멋대로 정책을 만든다"면서 김 총리에게 이런 상황 극복에 대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키도 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니는 박홍주씨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자신을 반영한 얘기를 총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얘기들이 정책에 반영될지 모르겠지만 총리를 만나 직접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대중의 소원이 SNS를 통해 전달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안에 대해 어떻게 개선해 나가겠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원론적인 얘기들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총리에게 직접 대중들이 '들은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이런 소통을 꼭 늘려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집에 쌓아 놓은 광주지방법원장 재직 중 쓴 글들을 모은 책 `지산통신’을 들고 나와 30명의 참석자들에게 직접 사인을 해 나눠주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