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일반적으로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서 세금 깎아주겠다는 공약이 가장 먼저 나오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증세 방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재벌세’라는 이름은 쓰지 않기로 했으나 소득 상위 1% 계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점진적인 증세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총선공약으로 확정했고, 한나라당도 비상대책위원회에 조세제도개혁소위원회를 두고 증세를 위한 세제개편 밑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 연말 ‘버핏세’라는 이름으로 국회를 뜨겁게 달궜던 ‘부자증세’ 논의의 연장선으로 저출산·고령화라는 시대적 복지수요 확대에 더해 정치권 스스로 앞다퉈 내놓은 복지시리즈 공약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절대소수인 부자와 대기업에서 세금을 추징해 절대다수인 일반 국민들에게 쓰겠다는 표잡기용 정책들이지만, 입법권을 쥔 정치권이 이를 실제 실천으로 옮길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여야가 모두 한목소리로 증세를 외치고 있다는 점은 어느 쪽이 집권하든 증세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여준다.
◆버핏세도 확대하고 법인세도 더 물린다?
정치권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각종 증세 방안을 축약하면 지난 연말 국회에서 급작스럽게 도입된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의 확장과 대기업 법인세의 부담 확대로 구분된다.
지난해 보궐선거 패배 이후 확산된 여당 내에서의 ‘부자증세’ 바람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속도조절론 표명 이후 잠시 잦아들었지만, 12월 말 국회에서 민주당의 도움(?)과 함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이 소득세 과표 2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하는 안을 갑자기 내놨고, 한나라당이 과표 3억원 초과구간 신설이라는 타협안으로 소득세 증세안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난 야당은 ‘1% 슈퍼부자 증세’를 핵심 총선공약으로 선정하면서 증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지난 연말 제시했던 2억원보다 더 낮은 1억5000만원으로 최고세율 구간을 확대하고,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의 과세기준금액을 현행 4000만원에서 하향조정하는 금융부자에 대한 증세카드도 꺼내들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는 법인세 과표구간을 신설해 고세율을 부과하는 한편, 대기업에 부여되는 각종 비과세감면을 폐지해 실효세율을 제고하고, 전체 조세부담률도 2%포인트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주식부자에 대한 주식양도차익 과세의 도입도 거론하고 있다. 근로소득보다 불로소득, 개미투자자보다는 주식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5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주식양도차익을 과세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좀더 하향조정해 주식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들인다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지난해 부자증세 논란이 있을 때 “대주주 자본과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부자 증세는 탄력, 법인세 증세는 어려울 듯
정치권의 증세 움직임이 어디까지 실현될지는 선거 이후에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주식부자 증세와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적인 증세 움직임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모두가 파생상품이나 주식양도차익 등 금융소득에 대한 증세에 동의하고 있고, 행정부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조세정책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금융소득세제 전반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최근 조직개편에서 금융소득세제 전담팀을 별도로 마련했다.
다만 주식양도차익 과세 확대방안은 주식시장과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파생상품거래세 부과방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것도 증권가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법인세 증세안은 더 쉽지 않다. 법인세는 국제경쟁력의 싸움이기 때문에 기업경쟁력 약화와 투자이탈 등을 우려한 반대가 적지 않다.
각종 비과세 감면을 줄여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정부의 폐지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명맥을 이어오다 올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겨우 명패를 바꾼 것처럼 한번 주어진 비과세 감면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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