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초기인 데도 전세 물건이 많지 않아요. 대신 전세를 찾는 사람은 많아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이곳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은 보름 전보다 3000만~4000만원 뛰었어요."(남양주 별내신도시 인근 H공인 관계자)
수원 광교·화성 동탄·파주 운정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찮다. 전세 물건은 달리는 데 수요가 몰리면서 비수기에도 전셋값 오름세가 가파르다. 새 학기 전학 수요와 서울에서 쫓겨난 전세 난민들이 새 아파트에다 기반시설도 잘 갖춰진 이들 신도시로 몰려들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치솟는 2기 신도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보다 싼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 '신도시발(發)' 전세난이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탄신도시 다은마을 래미안 109㎡ 전셋값은 지난해말 2억원에서 현재 2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그나마도 전세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근 모아공인 관계자는 동탄신도시의 D공인 관계자는 "입주 초기 비교적 싼값에 전세를 구했던 세입자들이 수천만원씩 오른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광교신도시 울트라 참누리아파트 85㎡ 전셋값은 지난해 말 1억2000만원 선에서 지금은 1억8000만~2억원으로 올랐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이곳으로 이사 오려는 전세 수요는 많은 데 물건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로 입주 2년을 맞는 운정신도시도 전셋값 오름세가 거세다. 해솔마을 벽산우남연리지 108㎡는 지난달 말보다 2000만원 정도 올라 1억6000만~1억7000만원 선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매매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세입자들이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 앉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다 1기 신도시인 인근 일산 아파트의 노후화로 이곳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셋값이 껑충 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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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 당시에는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수천만원이 오를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
이들 2기 신도시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세 물건의 주요 공급원인 신규 입주 단지가 봄 이사철인 다음달까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2~3월 서울과 경기지역 입주 단지는 각각 4202가구, 5858가구였으나 올해는 서울이 2062가구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경기는 5142가구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2기 신도시의 경우 입주 물량이 부족한 서울에서 이동하는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기 신도시에서는 전세뿐 아니라 월세가격도 초강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경기도의 월세지수는 107.6(2010=100)으로 서울의 104.3보다 3.3포인트 높다. 국토해양부의 월세가격동향조사에서도 지난해 경기지역의 월셋값 상승률은 5.6%로 서울(1.0%)의 5배 이상이었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전세를 못구하거나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외곽으로 빠질 경우 수도권 전역이 전세난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많다. 용인시 상현동 한 공인중개사는 "판교나 광교신도시 세입자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고 있지만 이곳도 전세 물건이 많지 않다"며 "올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도 적어 봄 성수기 때는 최악의 전세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난은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인 만큼 공공부문 위주로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인위적인 규제도 풀어 매매 거래에 숨통을 틔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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