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어느 모임에서 흑백 액정이 달린 90년대산 폴더 휴대폰을 쓰는 지인을 봤다.
이렇게 오래된 폰을 들고 있으면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남이 갖고 있으면 나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첨단기기가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우르르 몰려 산다.
덕분에 LTE 서비스 가입자는 4개월 만에 200만명을 넘었다.
우리나라 휴대폰 구매문화는 2년이나 3년의 약정할인에 보조금 지원까지 이루어지면서 저렴하게 단말기와 함께 이통사 가입과 요금제 약정이 이루어진 지 오래다.
사용자들은 10년 넘게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대리점들은 이 틈을 타 할부액 이외 단말기는 '공짜'라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가격표시제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판매 현장에서는 정책의 효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단말기 할부액이 서비스 요금과 결합돼 다달이 납부하게 되면서 가격에 대해 느끼는 소비자의 감각은 둔해졌다.
고가 단말기를 사면서 할인을 많이 받기 위해 비싼 요금제를 일반적으로 많이 쓴다.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불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비싼 할부금과 합쳐진 요금에 익숙해졌다.
100만원에 달하는 고가 단말기가 잘 팔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정이 끝나자마자 또 새로운 계약에 돌입하면서 고기능의 기기로 갈아타면 중고폰은 장롱에 처박히게 된다.
신속하게 갈아치우는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나라 IT 발전에 일조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휴대폰 구매문화도 성숙해질 때가 됐다.
헌 휴대폰이면 어떤가. 통화 잘 되고 싸게 쓰면 좋은 것 아닌가.
이통사들이 중고휴대폰을 평가해 판매하기 시작하고, 유심(USIM)과 단말기를 따로 살 수 있는 제도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동통신재판매(MVNO)도 활성화될 조짐이다.
휴대폰을 오래 쓰면서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동차 오래 타기 운동처럼 휴대폰 오래 쓰기 캠페인이라도 시작돼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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