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 대지진 1년후, 경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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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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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2010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 경제의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대지진은 경제의 역사적인 기록은 물론 산업 전반의 흐름을 바꿨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31년만에 1조600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9조6000억엔으로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33%로 추정된다. 이는 국제금융기금(IMF) 추정치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10월~12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분기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GDP는 연율기준으로 전분기대비 2.3% 감소했으며 실질 GDP는 0.6% 감소했다. 일본은행이 제시한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2.2%다.

샐러리맨 돈봉투도 얇아졌다. 일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근로자들의 총 현금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0.2% 줄었고 같은 기간 연말 보너스도 0.3% 감소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는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등급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 추락하는 ‘메이드 인 재팬’

일본의 대표적인 브랜드 소니가 2011회계연도(2011년 4월 ~ 2012년 3월) 2200억엔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악의 적자였던 1994년(2933억엔)와 2010년(2599억엔)에 이은 3번째 적자규모다.

소니 뿐만 아니다. 샤프는 2011회계연도 적자가 역대 최대인 29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파나소닉의 적자도 역대 최대였던 2011년(4277억엔)보다 많은 70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전자업계에서는 △엘피다 990억엔 △NEC 1000억엔 △닌텐도 650억엔 △마쓰다 1000억엔의 적자가 예상된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800억엔의 적자 마쓰다도 1000억엔의 적자 전망을 발표했다. 철강업계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 JFE홀딩스 등 주요기업들이 2011회계연도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의 적자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NEC는 1만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전자부품업체인 TDK는 1만1000명의 인력을 감축키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노동연구원은 앞으로 10년간 제조업 4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 경제를 이끌었던 것은 제조업이다. 대지진과 함께 엔고 태국홍수까지 겹치며 지난해 제조업에게 악재는 쌓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5일 일본 수출시대의 종말이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일본 741개 주요 상장사의 지난해 경상이익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쇠퇴가 전자,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뿐 아니라 수출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WSJ는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 자동차 가전제품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무역정책을 펼쳐 경제대국에 올라섰으나 더이상 아니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는 대지진의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쓰나미로 인해 일본의 생산시설을 파괴되고 원전사태로 원자로가 중단되며 도쿄전력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달 원자로의 가동 전면 중단에 대비해 기업용 전기료를 17%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비용 인상이 일본 제조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엔화 강세 현상과 더불어 일본의 수출길에 장애물이 됐다. 


◆일본 기업들, 경영 전략은 해외 진출… 특히 동남아행 

올해 일본 기업들의 경영 전략은 해외 진출이다. 대지진 이후 닥친 경영위기 대비책이다. 게다가 엔고의 영향으로 신흥시장 개척과 인수합병(M&A)이 크게 늘어났다. 

일본기업들은 대지진으로 생산거점이 붕괴되며 저렴한 노동비와 성장력이 높은 동남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포브스는 “엔고와 전력 부족 등으로 일본은 해외에서 생산해 수출하거나, 일본 국내에 역수입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무역진흥회(Jetro)에 따르면 지난해 208개 일본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했고 18억달러 이상 투자했다. 2010년에는 114개 기업들이 약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베트남 법률회사의 토니 포스터는 “일본회사들은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다변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일본 정부도 지질학적 이유로 베트남으로 사업을 이전하는 것에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이상 안전지대가 되지 않은 일본인들은 성장하는 투자환경과 낮은 세금을 좇아 자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투자자문사인 블루오션애셋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일본인들이 홍콩에 “최근 5년간 4500개 해외계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또한 법인세가 12%로 저렴한 마카오도 일본 중소기업의 해외 이전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도 일본기업의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일본인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 붐이 일어나며 수도인 다카의 일부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달동안 10%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6일 일본이 해외M&A로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의 에드워드 킹 아시아 M&A책임자는 “일본은 엔화 강세와 일본 시장의 둔화로 해외로 성장 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많아진다”고 내다봤다.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은 작년 10월 독일의 나이코메드를 137억달러에 인수했다. 일본 기업이 주도한 M&A 중 규모 순으로 손에 꼽히는 거래였다. 맥주 제조사인 기린도 작년 11월 같은 업계인 브라질의 알레아드리 스키니를 인수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 M&A 자산가치 규모는 총 797억 달러(한화 약 90조6000억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냈다. 이에 일본은 세계 M&A시장에서 미국 1966억 달러, 영국 839억5000만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3월 발생한 대지진을 통해 일본 기업들이 자산 운용의 다각화와 글로벌화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일본기업들이 내년에 소비재 제약분야를 중심으로 인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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