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3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2.60달러(2.52%) 오른 배럴당 105.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런던시장(ICE)에서는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1.63달러(14%) 상승해 121.66달러를 기록하며 12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상승을 거듭하던 국내 주식시장에 유가상승이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WTI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자극, 정책 금리 인하 기조 훼손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8년의 배럴당 150달러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리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석유공급을 중단하고 세계 3위 석유수출국인 이란이 석유 금수조치를 받게 된 탓이다.
JP모간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원유 수요가 늘었고, 주요 원유 공급국 이란과 나이지리아의 정세가 불안해지며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유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WTI 가격이 올해 110달러, 내년 12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약세도 부담이다. 현재 엔화가치는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달러당 80엔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주 일본 중앙은행이 10조엔 규모의 유동성을 푼 '양적완화' 덕분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엔고 현상으로 수혜를 입었던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런 현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정우 SK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서 일본만 보면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에 베팅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가능하나, 3월 이후까지 지속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곡선을 내리고 있다는 점 역시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실적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증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3곳 이상의 증권사가 1분기 실적 전망치(연결재무제표 기준 컨센서스)를 제시한 상장사는 총 94개사 가운데연초대비(1월 5일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춰진 상장사는 전체 65.9%인 62개사에 달했다. 불과 한 달 여 만에 상장사 10개사 중 6개사 이상이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이다.
상장사의 실적 개선세가 계속 지연되면 증시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외국인 매수세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못하면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장세가 추가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1분기보다 2, 3분기 실적이 중요한데 유럽 재정위기와 정부 산업규제 등으로 현재로선 긍정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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