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증명서’란 이름의 서류는 없으며 일종의 일회용 편도 여권인 T/C를 한국인 증명서로 볼 수 있다.
재외공관에서는 관련 서류가 부족해 국적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한국과 상당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여행지(한국)를 지정해 여행자증명서(T/C)를 발급하고 있다.
T/C는 주로 국외에서 여권을 분실한 한국 국적자에게 발급되고 있으며 그동안 중국 내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입국할 때도 이 T/C가 발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T/C가 탈북자들의 중국 출국을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입국비자와 출국비자가 별도로 있으며 중국 공안은 입국한 과정이 불투명하면 그런 부분이 충분히 소명될 때까지 출국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탈북자들을 불벅 월경자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북자들에게 T/C가 발급돼도 중국 정부가 양해하지 않는 이상 이들이 한국행(行)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 외교관들의 설명이다.
결국 한·중 정부가 사안별로 협의하며 탈북자 문제를 풀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실제 정부는 그동안 탈북자 개개인을 놓고 중국 정부와 한국행을 협의, 먼저 동의를 얻은 뒤 이들 탈북자에게 T/C를 발급해 한국이나 제3국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T/C를 발급하는 것과 중국 내 탈북자가 한국 등으로 가는 것은 별개 문제”라면서 “탈북자들이 출국하려면 한명 한명 중국 공안과 먼저 협의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또 이른바 위장 탈북자나 중국 내 재외동포의 불법 입국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정부가 탈북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전면적으로 T/C를 발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탈북자의 불법 입국을 이유로 이들을 체포ㆍ구류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탈북자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한 재외공관의 T/C 발급만으로 이들이 석방되기는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판단이다.
다만 당정의 T/C 발급 검토 자체가 중국측에 탈북자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외교적인 압박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지난 14일 한국에 있는 탈북자 가족이 외교부청사를 찾아와 중국에서 체포된 딸에게 ‘한국인증명서’를 발급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외교부가 이를 거절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사실관계 파악차 이들 가족을 만나기는 했으나 그 자리에서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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