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유아이에너지 사무실 입구. 시간은 주주총회 시작 시간 3분을 넘긴 오전 10시3분이었다.
덩치있는 두 명의 경비원들이 열명 가량의 유아이에너지 소액주주들을 막아섰다. 주총 시작 시간 3분을 넘겼다는 이유로 주총장 입장 자체를 거부했다. 한동안 회사측과 소액주주간 고성이 오고간 후 가까스로 이들은 주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자원개발업체 유아이에너지는 이명박 정부 초기 이라크 유전개발에 뛰어들며 투자자들이 몰렸다. 김대중 정부 말기‘최규선게이트’의 주인공 최규선씨가 회사 대표로 있어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후 회사측의 불성실공시, 회계비리의혹 등의 문제가 붉어지며 지난해 11월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지난 23일에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더이상 회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회사측의 감사 해임 및 소액주주측에서 내세운 감사 선임 관련 임시주총 개최를 추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아이에너지 지분 중 소액주주가 차지한 비율은 80% 이상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유아이에너지 소액주주들의‘반란’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정족수 미달이란 이유로 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회사측에선 예탁원에 요청해‘섀도 보팅(Shadow voting)’으로 충분히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섀도보팅이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임의로 행사하는 제도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도 똑같은 비율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해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주로 회사나 최대주주 지분이 많은 대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의결하는데 이용된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 소액주주 비율이 높아 섀도보팅 자체를 회사에서 요구하지 않아 정족수 미달이 의안 부결로 이어지게 된다.
유아이에너지 소액주주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A씨는 “이번 주총에서 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안이 부결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우리측 변호사는 유아이에너지측 행동에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는 하나 비용적인 문제 등으로 아직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주총 참석 요건, 협소한 주총 공간 등도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힘을 빼는데 일조했다.
주총 중간에 주총장을 빠져나온 유아이에너지의 한 소액주주는 “오늘 참석한 주주들은 80여명이었는데 회사에서 준비한 공간은 의자가 10개가량 비치된 20평 남짓의 소회의장이었다”며 “모든 것이 회사 중심으로 주총이 진행돼 소액주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불만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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