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는 정해익 두산인프라코어 옌타이법인장(전무)은 1위를 빼앗긴 요인을 중국 로컬업체들의 급성장에 뒀다. 그는 “현재 중국기업들은 더 이상 과거의 그들이 아니다”라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로컬업체들이 매서운 추격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은 이에 맞서 로컬업체들이 갖지 못한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중국업체들은 규모를 앞세워 가공할만한 속도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으며, 이를 감안하지 않는 기업들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싼이중공업이 공격적으로 사세를 키우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고객들을 주요타깃으로 설정해 애를 먹었고, 이로 인해 1위자리를 내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1위탈환이며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정 전무는 “아직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더 뛰어난데다 한국기업들은 상황적응력이 빠르며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만큼 현지맞춤형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출시하고 서비스품질을 제고시킨다면 충분히 1위를 탈환할 수 있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로컬기업들의 급성장에는 중국정부가 외국기업들에 대한 특혜를 거둬간 점도 작용한다. 중국정부는 외자유치차원에서 법인세감면, 초기투자비용상의 혜택 등을 부여해 왔다. 이는 로컬기업들에게는 역차별로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중국정부는 외자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혜택을 거의 모두 철폐했다.
정 전무는 “여러모로 과거에 비해 외국기업들이 경쟁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졌다”면서도 “기존에 진출했던 업체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이제 들어올 업체들로서는 불편한 점이 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다고 해도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두려워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제품들은 세밀하고 정교하며 디자인에 강점이 있으며 게다가 생산효율면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것.
다만 그는 “한국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해서 중국에서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지진출을 꾀하고 있는 우리기업들에게 중국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을 당부했다. 창의적이며 회사에 충성하며 군말없이 야근을 밥먹듯 하는 우리나라 직장인들과 달리 현지직원들은 매뉴얼대로 일을 한다는 것. 때문에 업무분장이나 업무절차를 명확하게 해 두지 않으면 자칫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고 마찰이 잦아질 수 있다.
또한 정 전무는 중국에서의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했다. 사회공헌활동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중국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현지에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 특히 “사회공헌활동을 매개로 중국 정부당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두산인프라코어는 2001년부터 매년 세개씩 농촌지역에 소학교를 세우고 있으며 이제까지 30개 학교를 지었다”며 “이에 더해 2009년 후난성 창사에 농촌청년을 대상으로 한 두산기술직업훈련센터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의 무서운 발전속도에 대해 중국민족의 강한 자부심과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원인으로 들었다. 중국은 과거 세계 최강대국인 만큼 역사적으로도 저력이 있으며 이에 대한 자존심도 강하다. 또한 그가 17년동안 보아온 중국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강한 투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실패를 해도 좌절하지 않고 툭툭털고 일어난다”며 한국인들에 비해 강한 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지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사업을 크게 번창시킨 한 중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에게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가진 재산을 전부 날렸다는 것. 하지만 그 친구는 하루아침에 무일푼이 된 상황을 비관하지도 않으며, 친구를 원망하지도 않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다니고 있다고 한다. 정 전무는 “무딘 것 같기도 하지만 스케일이 크고 진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인의 내적 토대를 통해 중국은 앞으로 발전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내부적인 체제를 정비하는 속도에 비해 양적 팽창이 너무 컸다며 한번쯤은 사회적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무는 “양극화문제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겠지만 중국은 강력한 중앙통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완전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회적 진통으로 인해 개개인의 인생에 아픔이 있겠지만 이 역시 툭툭 털어내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의 중앙집권체제가 상당히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각 계층들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작업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조선족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한 요인을 뜯어보면 조선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실제 우리가 중국에서 다른 나라의 회사에 비해 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동력 중 하나가 조선족의 존재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나와있는 기업체들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조선족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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