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굴욕'… 신흥국, "자구노력 없이는 지원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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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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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멕시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유로존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2조 달러 규모의 ‘슈퍼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조성 방법 및 일정을 놓고 회원국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특히 G20 내 신흥국 멤버들은 유럽 국가들이 강도높은 자구노력에 나서지 않는 한 추가 지원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서구 중심의 글로벌 금융시스템 개편 의지도 드러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유럽의 식민지였으나 불과 한 세기 만에 유럽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 유로존 ‘방화벽’ 구축이 추가지원 전제조건

G20 회원국들은 26일(현지시간) 마지막 회동을 마친 후 코뮈니케(공동 성명)를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유로존 지원을 위한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에 앞서 유럽 국가들의 ‘방화벽’ 강화 노력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G20이 유럽에 대해 ‘네 돈을 먼저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G20은 2조 달러 규모의 ‘슈퍼 펀드’ 조성에 원론적으로 합의했다. 유로존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남은 금액과 오는 7월 출범하는 유로안정화기금(ESM)의 5000억 유로를 합쳐 7500억 유로(1조 달러)를 조성하고 IMF가 재원 확충을 통해 나머지 1조 달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 내에서 ‘지갑’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이 소극적인데다 G20 내 신흥국들도 유럽 국가들의 안이한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3월 말이나 4월 초나 돼야 IMF 재원 확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유럽 옥죄는 신흥국, 글로벌 경제 패권 이동

G20은 기존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이탈리아·캐나다) 등 7개국에 EU 의장국,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12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G20 내 신흥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입김이 세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신흥국들은 유럽 국가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신흥국이 유럽을 도우려면 유럽이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하며 이에 앞서 합의한 IMF 개혁을 실행해야 한다”며 “IMF 쿼터 개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신흥국은 IMF 재원 확충에 합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유럽이 위기 해결을 위한 EFSF 기금 확대 등 방화벽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일본도 IMF 재원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들은 세계은행 차기 총재 선임 작업에도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브릭스’ 5개국은 미국과 유럽이 추천한 후보가 세계은행 총재로 선임되는 전통을 거부하고 자체 후보를 내기로 했다.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 멕시코 재무장관은 “세계은행 차기 총재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뽑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G20 내 신흥국 대부분은 18~19세기 유럽의 식민지였다.

인도·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는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아르헨티나·멕시코는 스페인,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를 경험했다. 한국과 중국, 터키 등도 서구 열강의 침략을 받았다.

그러나 신흥국들의 약진으로 글로벌 경제 패권이 서구에서 신흥국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유럽은 생존을 위해 신흥국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유로존 회생을 놓고 서구 국가들과 신흥국들이 벌이고 있는 신경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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