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찬밥 '신라면 블랙·꽃게랑' 해외 돌풍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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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2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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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업체들 수출 대박..신한류 열풍 이끌어

(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서는 사라졌지만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린 제품이 있다. 맛·가격·소비 트렌드 등 다양한 이유로 퇴출목록에 올랐지만 해외 소비자들의 기호와는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신한류 열풍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요 식품업체들은 이를 통한 신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어 타 업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의 '꽃게랑'을 비롯해 팔도 '도시락 컵라면', 농심 '신라면 블랙' 등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지만 해외에서는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고가 논란으로 국내 판매를 중단한 신라면 블랙은 최근 미국의 유명 블로거가 세계 10대 라면으로 선정하면서 주문량이 폭주했다. 배송비를 부담할 테니 1상자만 구해 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농심 측에 따르면 신라면 블랙을 구해 달라는 문의가 하루 2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면 블랙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총 730만 달러(약 85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도 4000만 달러의 해외 매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국내 판매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생산을 중단한 팔도의 '녹차 클로렐라 라면'도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가가 상승했지만 국내 판매가 저조해 생산이 중단됐다. 팔도 관계자는 "순하고 담백한 클로렐라 라면을 찾는 수요가 있지만 얼큰하고 매운 라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국내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미국과 호주 등 현지인들의 구매가 증가하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빙그레 꽃게랑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지인의 마음을 읽은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과 달리 완벽한 내륙지역인 시베리아는 해산물 가격이 소고기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이러한 심리를 파악한 빙그레는 해산물의 짭짤한 맛을 가진 꽃게랑을 출시해 대리만족을 제공했다. 중저가 전략도 큰 힘이 됐다. 꽃게의 맛과 모양을 그대로 살려 해산물의 동경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가격을 400원대로 책정, 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전략은 젊은이들에게 통했고, 맥주 안주는 꽃게랑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40~50대 아저씨들에게 친숙한 팔도의 도시락 컵라면은 러시아 국민들의 생필품이다. 이 제품은 러시아인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탈 때 반드시 지참해야 할 필수품이다. 도시락 컵라면을 먹는 것이 철도여행의 또다른 별미가 된 것이다.

러시아 최고 히트상품에 오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라토리엄 선언'이었다. 90년대 후반 경기침체와 사회혼란 등으로 시장 상황이 불안해지자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탈러시아를 선언했다. 하지만 팔도만 유일하게 잔류,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팔도는 지난 2010년에 도시락 컵라면 한 제품만으로 무려 1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팔도 관계자는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 현지 고용을 창출한 것도 성공 요인"이라며 "단순히 제품만 판매한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해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내보다 해외 소비자들의 기호에 더 잘 맞는 제품이 있다"며 "단순히 한물 간 제품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기호를 연구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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