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의 신임 이사장 선출 결과를 두고 창업주가 중심이 된 상위 제약사와 2·3세가 경영하고 있는 중소형 제약사 사이가 나빠졌다.
이번 갈등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는 일괄 약가 인하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새 이사장 두고 신구 갈등
4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협회는 지난달 23일 초도 이사회를 갖고 윤석근 일성신약 사장을 이사장에 선출했다.
윤 사장은 선출과 함께 이사장 업무에 들어갔다.
이사장단에서 추대하며 선출이 유력했던 류덕희 전임 이사장은 재임에 실패했다.
류 전 이사장을 지지하는 이사장단은 만장일치 추대를 요구했으나, 윤 이사장을 옹호하던 세력의 경선 주장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세력의 싸움은 구세대와 신세대 또는 대형제약사와 중소형 제약사의 싸움으로 불리고 있다.
경동제약 창업자인 류 전 이사장은 창업자 중심의 대형제약사를, 윤 이사장은 창업주 2·3세대가 운영하는 중소제약사를 대표해 선거에 나왔기 때문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내홍은 여전하다.
구세대 측은 선거 과정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이사장단 탈퇴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소송에도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
◆ 약가인하 행정소송도 따로
제약협회는 다음달 정부가 단행할 일괄 약가 인하에 대한 행정소송 등 강경한 대응을 준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고시를 통해 4월1일자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6506개 의약품의 가격을 평균 14% 인하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1만3814개 가운데 47.1%의 약값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것이다.
정부의 약가 인하 품목이 나온 이후 제약사들은 본격적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준비에 돌입했다.
소송 가액은 1조7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일괄 약가 인하에 따른 약품비 절감액 규모다.
하지만 소송을 앞둔 협회는 분열 상태다.
제약협회 전임 이사장단과 약가일괄인하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포함한 회원 제약사 수십곳은 최근 소송을 대리할 법무법인에 대한 공동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취소했다.
당초 참가 의사를 밝혔던 전임 이사장단이 참석하지 않아 공동계약 행사장에 참석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계획됐던 공동소송은 개별소송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그간 소송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전임 이사장단의 보이콧은 윤 이사장에 대한 불만을 재차 드러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윤 이사장을 거부하는 세력이 상위 제약사라는 점은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복지부와의 싸움에서 비등하게 겨루려면 덩치 큰 제약사가 나와야 하는데, 이들이 소송에 소극적인만큼 소송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며 우려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앞두고 힘을 모아야할 시기에 분열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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