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푸틴의 이번 정권도 기존 체제와 같은 정책 노선을 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심 통치 철학인 ‘주권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강한 러시아를 만들기 위해 서방 세력을 견지하며 경제 외교적 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주권 민주주의는 의회권력에 대해 대통령 권한을 높이고 시민사회의 자율성에 대한 국가 통제를 우선으로 하는 통치 이데올로기다. 푸틴은 그동안 의식있는 중산층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반정부의 야권 시위 등에 반감을 나타냈다.
경제 분야에서는 외국에 대한 자본 의존도를 줄이고 과학 기술 관련 국영 기업에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푸틴 정권은 러시아의 주력 산업인 연료·에너지 부문과 정보ㆍ통신, 금융 및 방위산업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는 러시아 자본의 배타적 관리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 안보부문에서는 서방과 약간의 긴장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푸틴 정권은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며 자국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외교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사태에도 인권 보호 보단 시장 재분할에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푸틴은 지난달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러시아의 군사예산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난 푸틴 정권처럼 강한 러시아를 만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푸틴은 64%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지난 2004년 71%의 지지율을 받았던 상황과 매우 다르다. 야권 인사를 탄압하고 언론을 규제하며 국민적 호응을 잃어가던 중 지난 12월 총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며 푸틴의 정치적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 호응을 끌기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높다. 푸틴은 야권의 정치 제도 개혁 및 민주화 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또한 푸틴은 서방 언론사와 면담에서 정치적 강경책을 쓰기 보단 정치 시스템을 자유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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