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신적 지주' 루쉰 고택 철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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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0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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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좐타후퉁에서 한 노인이 루쉰의 고택 앞에 서서 '철거 예정' 통지를 보고 있다. [출처=신징바오]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현대 문학의 선구자이자 중국인의 정신적 지주인 루쉰(魯迅)의 베이징 고택이 조만간 철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인들이 한탄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중국 신징바오(新京報) 7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베이징(北京) 시청(西城)구 좐타(轉塔) 후퉁(胡同·옛 뒷골목) 84호에 자리한 루쉰의 고택을 철거하고 그 주변 지역에 철거민용 거주주택과 학교를 건설할 계획이다.

보도에 따르면 철거를 앞둔 루쉰의 고택 대문에는 현재 ‘철거 예정’이라는 통지문이 붙어있으며, 고택을 둘러싼 벽에도 페인트로‘차이(拆·철거)’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져 있는 상태다.

철거되는 좐타 후퉁 84호는 루쉰이 1919년 고향 저장성 샤오싱에서 올라와 14년 간 베이징에서 생활할 당시 바다오완(八道灣) 후퉁 11호, 좐타 후퉁 61호, 푸청먼싼탸오(阜成門三條) 21호와 더불어 그가 당시 잠시 머물렀던 곳으로 루쉰이 대표작 ‘축복’을 집필한 곳이다.

루쉰 고택 철거에 대해 시청구 정부 측은 루쉰의 고택은 문물보호 단위도 아닐 뿐더러 이미 수 차례 철거와 재건을 반복해 왔다며 이번에 고택이 철거되는 것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청구 정부는 루쉰의 고택과 함께 주변 후퉁을 대대적으로 개발해 이 곳에 철거민 거주 주택과 함께 학교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번 루쉰 고택 철거에 대해서 시청구 문물보호위원회 측에서도 허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근처 주민들은 "루쉰을 연구하기 위해 학자들이 자주 이곳을 찾아왔었다"며 루쉰의 고택과 함께 옛 모습을 간직한 후퉁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루쉰의 고택이 헐리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루쉰의 작품은 지난 2010년 중국 각 지역에 도입된 초·중·고용 개정 국어 교과서에서 대거 퇴출됐을 당시에도 '중국의 문학적 뿌리가 흔들린다'며 많은 이들이 비난한 바 있다.

네티즌들은 “조만간 개발한다며 구궁(古宮)도 철거하겠구나” “돈벌이 열풍을 막을 길이 없다” “자신의 뿌리를 스스로 훼손하는 비극적인 민족” “루쉰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더니 이제는 현실 속에서 철거하는 구나. 10년 뒤 루쉰을 그 누가 알까” “원래 보호도 제대로 안하더니 철거한 뒤에야 관심을 갖는구나”등등의 비난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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