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Y방정식> 몽상가 정치인의 무상시리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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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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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들 밥 주자는데 뭐가 문제냐?

(아주경제 이상준 기자) 전승불북(戰勝不復) ‘손자병법’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한 번 정쟁에 이겼다도 해서 계속 이길 수는 없다. 즉 지금의 승리에 취해 있거나 자만하다가는 실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치현안과 사회문제가 널리 있는데 왜 정치권은 무상급식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야당은 2010년 6ㆍ2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로 한몫 단단히 잡았다. 그 때의 경험이 무상급식 만큼 서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는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한 것 같다. 여당의 생각 또한 야당과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하다. 겉으로는 무상복지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쏴대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아동수당 등 복지이슈가 중심이 됐던 6ㆍ2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은 저소득층에 한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오세훈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반면에 함게 치른 서울시의원ㆍ서울시교육감ㆍ구청장 선거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쪽 후보들이 압승을 거뒀다. 시의회 106석 가운데 민주당 시의원이 79석(75%)을 차지했고,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곳(84%)에서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당선됐다. 학교급식정책을 주관하는 교육감에는 진보 성향의 곽노현 교육감이 뽑혔다. 이때부터 무상급식을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양쪽의 갈등이 전면화된 것은 민선 5기가 출범한 지 불과 5개월만인 2010년 12월이었다. 2010년 9월부터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 민주당 시의원,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 지원범위를 놓고 몇 차례 만나 협상을 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의회는 2010년 12월 1일 본회의를 열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강수를 뒀다. 2011년 무상급식 예산안 편성을 위해서는 2010년이 지나기 전에 근거를 마련해야 만 했던 것이다. 조례안에는 2011년부터 서을 지역의 모든 초등학생, 2012년부터 모든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에 반발한 오 시장은 이튿날 시의회와 시정협의를 중단하고,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리고 2011년 6월까지 반년 넘게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는 외길 행보를 걸어왔다.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시의회를 비판하던 오 시장은 2011년 1월 서울시의회가 주장하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 시행방안‘에 대해 시민들의 의사를 직접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민주당 시의원들과 시교육청은 ”예산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일부 보수단체가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2월부터 4개월 동안 80만1000여명에게 서명을 받아 6월 16일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서울시에 청구했고, 서울시의 승인으로 8월 24일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하지만 25.7% 투표율로 개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일단 민주당의 무상복지가 승리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당시 무상급식으로 한창 논쟁을 벌이던 자리에서 야당의 한 의원이 ”아니, 애들 밥 주자는데 뭐가 문제냐?“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여당의원들을 쏴붙였다. 아이들 밥 주자는데 편을 갈라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것은 어쩌면 소인배 같은, 어린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래서 여당 의원들이 선뜻 반박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여당 의원들이 ’무상급식에 들어간 타 분야 목지예산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고 되물었다면 그 또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을 볼모로 잡아 밥 한 그릇 먹이고 코 묻은 표를 얻겠다는 그의 속내가 더 소인배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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