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집트 내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6명이 이집트 정부 허가 없이 국제기구 지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불법 외국 자금까지 유치했다. 이들은 이같은 혐의로 이집트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됐지만 1일(현지시간) 보석금을 낸 뒤 석방돼 출국했다. 미국인 피고의 출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이집트 군부정권이 사법당국의 업무에 개입해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끊겠다고 압박해왔다.
이는 의회가 미국 원조와 관련해 투표를 실시하는 단초가 됐다. 국회는 미국이 이집트의 자주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또 군부가 선출한 카말 엘 간주리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공식 요구했다.
이번에 의회가 미 원조를 거부하는 안을 통과시켜도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군부체제가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공산이 큰 까닭이다. 그러나 불신임투표에서 찬성 측이 승리하면 군부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군부가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기로 한 시기보다 4개월 가량 앞서 정치적인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의회는 엘 간주리 정부가 입법부의 구성을 반영하는 연립정부로 대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의석의 70% 이상은 이슬람주의자가 차지하고 있다.
군부세력은 자신들이 미국인 출국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이는 사법당국의 판결에 기초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해당 재판의 주심인 모하메드 슈크리 판사가 첫 공판 이틀 뒤 불쾌를 나타내며 물러났다. 슈크리 판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가 재판 과정에 간섭하는 데 항의하려고 사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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