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정치와 기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3-13 14:0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1984년. 정주영 명예회장은 연세대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현대그룹 경영자로서 현시점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정 명예회장은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변”이라고 했다. 일제시대 때부터 광복, 한국전쟁, 그리고 두 차례의 쿠테타까지 겪은 그의 말이다.

정치의 피할 수 없는 속성일까.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기업인들이 두려워하는 ‘정변’은 계속되고 있다. 최고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한 기업이 일어섰다 쓰러지는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말 한마디에 특정 사업에서 철수하고, 가격을 동결한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전신주가 뽑힌다.

올해 대선ㆍ총선을 앞두고 재벌해체ㆍ경제민주화가 화두다. 진보세력이 통합한 야당이 내놓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걸었던 현 정부와 집권 여당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번 정권은 기업경영자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불확실성’의 정부였다. 처음에는 득을 보는 듯 했으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눈치를 봐야한다. 한 대기업 임원의 말마따나 요즘 기업이 정치에 너무 휘둘린다.

재벌의 편법증여ㆍ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은 언젠간 바뀌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고, 불확실한 경영상황 속에서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성공해 온 현 오너 경영자 시스템의 장점도 있지만,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경영자의 대물림, 그것도 탈세를 통한 세습은 북한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현 정치권의 움직임은 이 같은 대의명분과는 무관해보인다. 단순히 인기 영합주의로 비춰진다. 현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불과 3년을 못 갔던 기억 이 이 같은 생각을 부추긴다. 단순히 기업을 불안케 하는 ‘정변’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을 기대해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