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증권사 매도보고서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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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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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증권사 보고서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매도 권유를 자제했던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과감하게 “지금은 팔아야 할 때”라고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은 불편하기만 하다. 지난해 말 헤지펀드가 본격 출시되면서 이들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예기업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에 대해“현 주가수준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증권사 보고서가 등장했다.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에스엠이 14.1배, 로엔이 16.2배로 업종평균 15.9배 수준이지만 YG엔터는 이미 25.1배에 달하는 고평가 상태라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

지난 12일에는 농심에 대해 ‘쇼트포지션(매도관점)’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증권사 보고서가 나왔다. 장래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과 경쟁력 약화가 주된 이유였다.

그동안 이런 증권사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해당 회사로부터 정보 제공을 차단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 보고서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렇다면 최근의 과감한 '매도' 보고서는 어떻게 된 것일까. 표면적으로만 보면 매수 일변도의 일방적 권유가 개선되고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매도 권유 또한 애널리스트의 또 다른 고객인 헤지펀드 매니저를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업을 해야 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헤지펀드 매니저 역시 또 다른 고객”이라며 “결국 최근의 매도 권유 보고서들은 헤지펀드의 주식 롱쇼트(Long-Short) 전략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차익매매 투자전략인‘롱숏’은 동조화된 주가 흐름을 보이는 두 가지 종목 중 고평가된 종목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이다. 롱숏 전략을 위해선 저평가 우량 종목에 대한 매수 리포트뿐 아니라, 고평가 비우량 종목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헤지펀드가 본격 출시되면서 또 다른 고객인 펀드 매니저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매도'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종목별 롱숏 의견과 투자의견은 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헤지펀드에서 ‘쇼트’ 전략은 말 그대로 단기 전략이고 일시적 ‘매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향후 펀더멘털에 따른 '매입' 의견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더욱 쌓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해서 적절한 투자조언을 해줘야 할 때는 해당 기업의 눈치를 보더니,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위해서는 매도 의견을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결국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해야만 돈을 버는 증권사들이 개인들에게는 사라고 부추기더니 매도 보고서가 필요한 헤지펀드를 위해서는 팔라 하네”라며 “증권사가 앞서서 이러니 개인들이 돈을 못 벌지”라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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