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NH농협금융지주 마저 M&A에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내면서 M&A시장에 나온 그린손보와 에르고다음다이렉트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그린손보는 오는 15일 2차 경영개선계획안 제출을 앞두고 금융업 진출을 희망하는 대기업 3~4곳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수를 검토하던 신안그룹이 협상 막판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발을 빼면서 새 주인 찾기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손보사 라이센스 쟁탈전은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끝났다. SK그룹과 BS금융지주도 일찌감치 뱃머리를 돌렸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2일 공식 출범한 농협금융지주가 그린손보에 러브콜을 보낼 것이란 예측을 했으나 정작 당사자는 곳간을 열 생각이 없다.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주사 출범 초기인 만큼 조기 안정화가 시급하다”며 “조직이 안정되고 경쟁 인프라가 구축되면 보험사 M&A 등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先) 안정, 후(後) 확장 경영방침에 따른 M&A 시기상조론의 연장선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그린손보 매각은 산으로 가고 있다. 앞선 2월 시세조종 혐의로 고발당한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은 4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 새벽 2시께 귀가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자산이 3048억원에 불과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 에르고다음의 매각 표류기는 더욱 가관이다.
에르고다음은 그린손보를 비롯해 동양생명, ING생명 등 보험업계 4대 매물 가운데 가장 처음 M&A 시장에 나왔으나 매각 속도는 가장 더디다.
지난해 에르고다음에 눈독을 들였던 AXA손보는 당초 예상 보다 높은 인수가에 발걸음을 돌렸다.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자 결집에 나섰던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어느새 한 걸음 물러난 상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사모펀드 지분 중 일부를 보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에르고다음 인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에르고다음은 회사가 파산하거나 위험기준자기자본(RBC)제도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바닥을 쳤을 때 제한적으로 실시되는 계약이전(PN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두 회사의 매각 향방에 무관심한 표정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그린손보와 에르고다음은 회사 규모가 워낙 작아 어떤 주인을 만나더라도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추이만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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