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조용성 특파원) “현재 중국은 필요로 하는 법률을 대부분 다 완비하고 있다. 법이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다만 법과 현실의 괴리나 잔존해 있는 악법을 보완해 나가는 것은 중국 법률가에 남겨진 과제다.”
중국에서 20여년 넘게 법률을 연구해온 김덕현 베이징덕현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및 베이징국중자문유한공사 대표는 “중국의 법률제도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며 이같이 단언했다. 일찍이 베이징 정법대학교에서 외국인 최초로 법학박사를 취득했고 이를 토대로 한국인과 한국기업에 숱한 기여를 해온 결과, 베이징 한인사회에서 ‘김박사’라는 친근하면서도 영예로운 호칭으로 불리는 그는 중국 법률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완전하지도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와 관련된 숱한 법률을 제정해 왔다. 그가 베이징 땅을 밟은 1992년만 하더라도 관련법률이 터무니 없이 부재했다. 그는 “시장경제를 받아들인지 10여년이 훨씬 지났지만 당시 중국에는 사유재산제도의 기초인 물권법조차 없었다”며 “토지를 국가로부터 임대하더라도 임대기간이 지난 후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법으로 정해진 바가 없었다”고 소개했다. 자본주의 관련 법의 미비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꺼렸고 조심스러워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서슬퍼런 반혁명법이 존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재산이 언제 중국 공산당으로 몰수될 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종 현실적인 투자나 정책집행은 대부분 법치가 아닌 인치에 의존했다. 당연히 법률에 의한 보장보다는 인적 네트워크, 즉 소위 말하는 관시(關係)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 중국은 지속적으로 악법을 폐지하고 자본주의 법률을 도입해 경제관련 법률은 이미 완성단계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 김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의 법률완비에 있어서 한중수교가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입법과정에서 미국법이나 대만법, 일본법을 대표적인 표본으로 삼았었다. 하지만 미국은 당시만 해도 적국이었고, 대만이나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 역시 좋지 않은 탓에 이들 국가의 법률에 대한 거부감이 높았었다. 하지만 한중수교이후 법률도입의 모델국가중 중요한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군사정권 시절 국가가 경제개발을 견인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해 성공시킨 역사가 있는 만큼, 국가주도 계획경제하인 중국으로서는 연구할 가치가 컸다. 수교이후 중국 국무원 법제판공실은 한국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김박사는 “아직도 중국은 한국의 경제관련 법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이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나 상속세같은 것들에는 한국의 색체가 많이 묻어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2001년 중국의 WTO가입을 계기로 많은 경제 법률들이 국제적인 수준에 올라섰다고 평가한다. 그는 대표적으로 WTO가입이후 서비스항목에서 모든 국가에 중국기업과 동일한 혜택이 부여됐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전에는 철도가격, 공원입장료 등 서비스가격이 외국인과 내국인에 다르게 적용됐다. 이로 인해 내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 이 밖에도 대부분 산업들의 문호가 개방되기 시작했다. 국가기간산업에 관련된 산업들에는 아직도 진입장벽이 존재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눈에 띌 만한 진전이 있었다는 것.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자본주의에 편입될수록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과거 10년동안 연간 2만명씩의 변호사를 배출해 왔다. 우리나라 변호사 총수가 1만명이 안되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특히 김박사는 “한중간의 경제교류가 더욱 긴밀해지는 만큼 한국의 중국법률수요는 물론 중국의 법률수요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더 많은 한국의 법률가가 중국을 공부하고,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개방 이후 30여년동안 중국이 거둔 눈부신 성과에 대해 김박사는 그 가장큰 원인을 중국의 덩치로 꼽았다. 덩치가 큰 만큼 방향이 올바르다면 성과가 크다는 것이다. 국가의 지향점이 그릇되면 헤어날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겠지만 단결을 유지한 채 올바른 방향을 향해 매진해나간다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은 덩치가 크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빠른 발전을 해가고 있는 만큼 어지간한 장애는 발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는 끝으로 더 많은 한국인들이 도전정신을 가지고 중국에 진출할 것을 당부했다. 김박사는 “중국이 이미 많이 발전되서 더 이상 메리트가 없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도 중국은 미개척분야가 수두룩한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라며 “중국 연안지역의 개방된 지역이나 번화한 지역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인구 200만 이상의 도시가 500개 이상이 있으며 이들 도시 대부분에는 아직도 한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김박사는 “한국인은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온 만큼 인적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중국의 미개척 지역에 진출한다면 본인의 경제적 번영은 물론이고 한중간의 가교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인생의 의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불모지에 다름없었던 중국 법률시장에 진출해 맨손으로 성공을 일궈낸 김박사는 특히 젊은층들에게 “편안한 것만 찾지 말고, 실패나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중국이라는 기회에 땅에 도전해 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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