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0분쯤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에 위치한 건물에서 고교 2학년생 김모(17)양이 투신해 숨졌다. 이 건물은 김 양이 평소 자주 다니던 독서실이 있는 건물이다.
독서실에 있던 김 양의 공책에는 '나는 죽는다. 집에 가면 자세한 유서가 있다'는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집에서 발견된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는 '나의 자살을 학교폭력과 연관짓지 말아 달라. 리스트컷 증후군(손목을 통해 자살 시도)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있었다. 김 양은 리스트컷 증후군 때문에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대구시교육청은 "김 양의 성적은 최상위권이고 개인적 사유로 자살을 선택한 것 같다"면서 "학교폭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대구서는 지난해 12월 급우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끝내 투신자살을 택한 수성구 모 중학교 2학년생 김모(당시 14살)의 자살 이후 9명의 학생이 투신해 7명이 숨졌다. 대구의 한 해 자살학생 수가 평균 8~9명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급증한 수치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학부모와 언론사 등에 '모방 자살, 신드롬처럼 일어나지 않게 도와 달라'는 제목의 긴급 호소문을 내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명을 놓기까지는 학교 폭력, 학력 비관, 친구 문제, 가정 문제 등이 주된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베르테르 효과' 또한 간과할 수 없다"면서 "권 군 사건 보도 이후, 생명을 끊는 학생의 연령층과 그 방법을 보면 '우연'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살한 학생들과) 같은 고민을 가진 아이들에게 (자살 충동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이라도 더 지켜내자는 것이다. 학생들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부모, 학교, 언론이 모두 나서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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