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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한국판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씁쓸한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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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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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금융부 기자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3년작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에는 한 사기범이 등장한다.

기자, 파일럿, 의사, 정부 비밀요원 등으로 위장하며 전국은행에서 140만 달러를 가로채고 위조수표를 사용하는 프랭크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판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발생했다. 회삿돈 200억원을 빼내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검거된 미래상호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30년 전 ‘가짜 서울대 법대생’으로 행세하며 3년간 교내 활동을 했고, 당시 과외를 했던 학생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받기도 했다. 법대 인맥으로 사업을 벌여 결국 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무리한 확장이 부실을 불러왔다.

저축은행은 당초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구 상호신용금고가 모태다. 하지만 소액을 맡기는 서민들보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소위 '큰 돈'을 굴리는 사업에 투자해 덩치 키우기에 골몰하다 부실 사태를 자초했다.

게다가 저축은행 오너들의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 등 갖가지 비리도 끊임없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밀항 시도는 저축은행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정점을 찍었다.

금융위원회는 영업정지 저축은행 채무자들에게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대출,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을 적극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 규모가 턱없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서민금융상품을 뒤늦게 허둥지둥 대안으로 제시하는 상황은 씁쓸할 뿐이다.

영화에서 프랭크는 FBI에서 금융사기 위조 방지를 위한 수표 도안 업무를 보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해피엔딩을 보려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서민금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서민금융상품도 보다 체계적으로 구성돼야 한다. 학습효과는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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