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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전시장가는날에 전시된 김연식 작가의 작품을 관람객들이 보고 있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5월은 아트페어 계절이다. 그림 수천점이 와르르 쏟아지는 미술장터가 잇따라 열린다.
지난 3-7일 전국 82개화랑이 참여해 작품 4000점이 출품된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2012)가 열린데 이어 8일부터 상반기 최대 아트마켓인 마니프아트페어 '김과장 미술관 가는날'이 시작됐다. SOAF의 경우 5일간 전시판매금액만 40억선을 웃돈다.
'그림도 쇼핑 시대' 가 됐다지만 그림 한점에 몇백만원 하는 가격앞에선 망설이기 일쑤다. 더욱이 웬지 부담스러운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기가 멈칫거린다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 그림이 비싸다는 편견때문이다.
'비싸다'는 편견은 1979년부터 이어져왔다. 당시 ‘한국근대미술품경매전’에 이당 김은호 부채그림이 135만원에 낙찰되자 ‘선풍기 40대값’이라고 했고, 박수근 그림이 220만원을 부르자 ‘엽서만한 그림이 200만원이라니…’라는 탄식이 나왔다고 한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그림은 선풍기값은 고작하고 강남아파트 한채값을 훌쩍 뛰어넘어 ‘황금보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10억, 100억, 1000억. 세월이 흐를수록 그림값은 더, 더 높이 올라 함부로 딸 수 없는 ‘이브의 사과’같은 존재가 되기도 했다. 최근 소더비경매에서 1300억에 낙찰된 뭉크의 ‘절규’는 서민들이 절규할만한 금액이다.
반면, 현대화속에 그림은 예전보다 대중화가 됐다. 문화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림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더이상 ‘그림의 떡’이 아닌 세상이다.
아트페어 덕분이다. 10여년전부터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회화부터 조각까지 전 장르를 망라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수 있고 누구나 입장료만 내면 들어와 실컷 감상할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품가격이 붙여진 그림을 보며 억~하고 놀라기도 하지만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인 말 그대로 '미술장터'다. 하지만 아트페어는 100만원대 그림도 많아 그림이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미술시장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있기도 하다. 특히 미술시장에 200만원전 균일가전등 소품전은 유행처럼 된지 오래다.
매년 5월이면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마니프아트페어의 '김과장 전시장 가는날'과 인사동에서 200만원 소품전을 열고 '대박판매'를 하고 있는 노화랑의 '작은 그림 큰마음전'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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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가는날 100만원 소품전. |
◆ 마니프 아트페어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
8일 개막돼 오는 2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관에서 개최되는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은 신예작가에서부터 중진·원로까지 다양한 층의 국내외 미술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아트페어다.
17년째 작품가격 정찰제를 내세우며 진행하는 이 아트페어는 신진부터 중진 및 원로 작가까지 180여명이 참여 3000점을 쏟아냈다. 초보자들에게도 미술 감상의 기회를 일깨우는 의미에서 행사 제목에 ‘김과장’을 내세웠다. 군집(群集) 개인전’ 형식의 전시로 작가들이 전시장에 나와 자신의 작품을 내걸고, 관람객들을 직접 만난다.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쉽고 빠르다.
아트페어를 기획한 마니프의 고윤정 실장은 “우리 시대 보통사람, 즉 과장급 직장인들이 이 아트페어를 통해 내 집에도 부담없이 그림 한점 소장해 예술의 향기와 여유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모든 작품의 거래가 철저한 정찰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과장 명함을 보여주면 가족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회화 입체 등 다양한 장르의 신진 유망주들이 출품하는 1부 ‘아트서울’(8∼13일)과 서양화 가운데 구상미술 작가들이 참여하는 2부 ‘구상대제전’(14∼20일)으로 나뉘어 열린다. 특별상 수상자인 송용의 ‘봄’을 비롯해 94명씩 그림을 내건다. 초대 작가 작품 중에서 100만원 미만의 소품만 따로 모은 특별전이 마련된다. 관람료 6000원. (02)514-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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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여는 노화랑 작은그림 큰마음전을 찾은 외국인들이 작품에 대해 물어보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
◆개막전 품절사태로 시작하는 노화랑 '작은 그림 큰마음전'
인사동 터줏대감 노화랑 노승진대표가 10년전 기획한 200만원전 '작은 그림 큰마음전'은 그야말로 '미술시장 빅히트' 전이다.
매년 5월이면 열리는 노화랑의 잔칫날 ‘작은 그림 큰 마음’전은 매년 대박행진이다. 스타작가들의 알짜작품들이어서 오픈전에 매진되기도 하는가하면, 작품을 보려고 늘어선 인파행렬로 매년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전시장은 빨간딱지(판매됐다는 표시)행렬로 사람들의 마음까지 자극할 정도다.
9일 시작된 올 전시도 출품된 200여점이 모두 판매됐다. 그림보다 다닥다닥 붙은 빨간딱지가 더 두드러져 '빨간딱지 전'이라 불린다.
인기작가 소품 100~200여점을 모두 동일한 가격인 200만원에 판매하는 이 전시는 미술시장에 '소품'전을 유행시킨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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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랑 작은 그림 큰마음전 |
올해 전시에는 김태호 김덕기 박성민 윤병락 이두식 이석주 이호련 전광영 한만영 황주리 등 인기 작가 10명의 참여했다. 노화랑에서 전시를 했거나 할 예정인 작가들로 올해는 치마입은 여성의 하체를 소재로 중첩된 이미지를 그려온 젊은작가 이호련이 편입했다. 모두 신작발표다. 대부분 4호 크기의 그림가격은 한 점당 200만원이다.
노화랑 노승진대표는 “매년 여는 행사에 미술컬렉터층에서 애호가들도 이때 작품구매에 나서는 일이 늘고 있고, 부모를 모시고 나와 그림을 사가는 청소년도 있다”고 말했다.
‘작은 그림 큰마음전’은 브랜드가 됐다. “소품이지만 대작 못지않은 ‘품’과 ‘정신’이 들어간다”는 노 대표는 “유명작가들을 초대해 매년 이 전시를 선보이는 것은 예술성 높은 작품은 미술시장을 성장시키고 진정으로 미술문화를 사랑하는 미술애호가들을 확대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이 모두 팔렸지만 전시는 17일까지 계속된다.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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