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국내 10대 그룹이 2011년 계열사 수를 1년 만에 100개 가까이 늘리며 몸집을 불린 반면 내실에서는 건전성ㆍ수익성 모두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10대 그룹 계열사 10곳 가운데 3곳가량은 결손금 증가에 따른 잉여자본 감소로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밑도는 자본잠식에 빠졌다.
10대 그룹 가운데 절반이 영업이익 감소를 보인 가운데 최대 90% 이상 줄어든 곳도 있어 무분별한 사세확장에 따른 경영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10대 그룹 전체 계열사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8조3083억원에서 61조5774억원으로 9.85%(6조7308억원) 줄었다. 10대 그룹 계열사 592개 가운데 전액 또는 부분 자본잠식인 곳은 2011년 말 모두 166개(28.04%)로 30%에 육박했다.
◆SK 총자산 中 잠식사 비중 4% 최대
전체 계열사 총자산에서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액수는 SK그룹이 가장 컸다.
SK그룹은 2011년 말 전체 94개 계열사 총자산 136조4740억원 가운데 4%에 육박하는 5조1912억원(3.80%)이 자본잠식 계열사(28개)에 속한 자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10대 그룹 평균은 1.52%로 총자산 957조2220억원 가운데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이 14조9507억원이다.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액을 보면 SK그룹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2조5995억원) 롯데그룹(1조7653억원) 현대중공업그룹(1조1940억원) 한화그룹(1조1043억원) 4곳도 1조원 이상이다. 이어 삼성그룹(8153억원) 한진그룹(6798억원) GS그룹(6392억원) LG그룹(4762억원) 두산그룹(1339억원) 순으로 자본잠식된 계열사 자산이 많았다.
총자산 대비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 비율에서는 SK그룹에 이어 한화그룹이 3.22%로 두 번째로 높았다. 현대중공업그룹(2.14%) 한진그룹(1.81%) 롯데그룹(1.75%) 현대차그룹(1.68%) GS그룹(1.23%) 등 5곳도 1% 이상이다. LG그룹(0.47%) 두산그룹(0.45%) 삼성그룹(0.32%) 등 3곳은 0.5%를 밑돌았다.
SK그룹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94개로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많았다.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81개)에 비해서도 많은 규모로 10대 그룹 가운데 나머지 8곳은 평균 50개 남짓으로 집계됐다.
◆한진ㆍLG 영업익 최대 97% 줄어
10대 그룹은 덩치만 커졌을 뿐 수익성에서는 되레 뒷걸음질을 쳤다.
한진그룹을 보면 전체 계열사 영업이익이 2010년 2조1303억원에서 2011년 480억원으로 97.74% 줄어들면서 10대 그룹 가운데 감소율이 가장 컸다. 지배회사인 대한항공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1조1095억원에서 394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을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계열사 수는 이 기간 37개에서 45개로 늘었다.
LG그룹도 마찬가지다. 전체 계열사 수가 2010년 60개에서 2011년 63개로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4조849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42.26% 줄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2011년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데 따른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LG그룹에 이어 두산그룹(-29.74%) 삼성그룹(-20.07%) 현대중공업그룹(-10.61%) 또한 두 자릿수 영업이익 감소율을 보였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현대차그룹(25.24%) 롯데그룹(17.62%) GS그룹(9.83%) SK그룹(5.37%) 한화그룹(4.62%) 5곳뿐이다.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2곳을 빼면 영업이익 증가율이 모두 10%를 밑돌았다.
◆무분별 확장 vs 일시적 성장통
자본잠식이나 영업이익 감소를 경기침체기 투자 확대에 따른 일시적인 성장통으로 보는 의견이 있는 반면 무분별한 확장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애초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연쇄도산 사태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반면 2000년대 들어서는 이를 통한 수직계열화와 규모경제 실현으로 재도약 발판을 다질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10대 그룹 한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외형 확대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덮어놓고 계열사 확대를 억제할 경우 되레 국내 기업 경쟁력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에도 문어발식 확장으로 사세를 불렸다가 2007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퇴출 위기에 몰린 대기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뿐 아니라 국가 경제, 해당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게도 상당한 손실인 만큼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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